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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춘 원로목사의 목회와 신앙(2)물고기가 되고 싶었던 섬마을 소년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4.06.07 00:49
  • 호수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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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외딴 섬, 내 고향 장자도

나의 아버지는 서해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였다. 내가 태어나 자란 장자도는 너무나 작은 섬이어서 섬 둘레를 모두 걸어도 반나절이면 충분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보이는 것은 몇 개의 바위섬과 망망대해 수평선이 아스라히 펼쳐진 모습이 전부였다. 해가 수평선 너머로 지는 것을 볼 때면 마치 해가 바닷속에 잠기는 것 같아 무척 신기해하곤 했다.

여름이면 바위에 속옷을 벗어 놓고 바다에 들어가 마음껏 놀곤 했다. 바닷물에서 나온 후, 바위에 몸을 쭈~욱 펴서 햇볕에 말리면 하얀 소금기가 온몸을 뒤덮었다. 가끔 대나무로 만든 낚싯대를 들고 바닷가의 바위를 돌아다니며 고기를 잡았고 바닷물이 빠질 때는 갯벌 위의 바위들을 들어 옮기며 게나 소라 등을 찾았다. 고기를 한 마리라도 발견하여 잡을 때는 뛸 듯이 기뻤다. 어부들이 해안가에서 그물을 펼쳐놓고 수선하거나 손질하는 모습은 아주 익숙한 광경이었다.

간혹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간 배들이 파도에 휩쓸려 어부들이 죽거나 돌아오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런 날은 온 동네가 슬픔과 두려움에 잠기곤 했다. 남편이나 아버지를 잃은 가족들의 통곡소리는 작은 섬마을 전체를 슬프게 만들었다. 이런 속에서 바다는 아름답거나 마냥 좋은 것이 아니라 무서움과 공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죽은 시체를 찾지 못해 바다에 빠진 영혼을 위한 무당굿이 바닷가에서 이루어 질 때면 정말 무서웠다. 그래서인지 섬사람들은

많은 귀신들을 섬겼다. 특히 바다의 신이라고 믿는 용왕 신을 위해 떡과 생선 등의 여러 음식들을 바다에 던져 제사를 지내곤 했다. 바다에 생명을 걸고 고기를 잡는 어부들은 용왕 신을 노엽게 해서는 안 되고 용왕 신을 기쁘게 해야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섬사람들은 가난과 굶주림으로 배를 움켜쥐고 살면서도 바다를 향하여 용왕 신께 제사 지낼 때는 풍성한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여 바다에 던졌다. 바위에서 바다를 향하여 제사를 드리고 음식물을 바다에 던지는 것을 볼 때마다 너무 배가 고팠던 나는 바다에 뛰어 들어가 건져 먹고 싶었다. 만약 내가 물고기가 될 수 있다면 저 바다에 던져진 음식들을 먹을 수 있을 텐데 하고 아쉬워하며….

미국에 대한 동경

내가 어렸던 6.25전쟁 직후에는 나라 전체가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였지만 낙후된 섬에서의 생활은 더욱 어려웠다. 너도나도 배고프고 굶주렸다. 제대로 먹지 못하다 보니 육체적인 성장마저 더디었다. 배고픔을 참다 보면 어떤 때는 코피가 터지기도 했다. 물만 마시고 배고픈 배를 움켜쥐고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다녔다. 그 당시 나의 간절한 소원은 흰 쌀밥 한 그릇이라도 실컷 먹는 일이었다.

화장실은 새우젓 같은 젓갈류를 담았다가 못 쓰게 된 독을 세워 만들었다. 화장실 지붕은 하늘이었고 화장실을 가리는 벽은 가마니가 전부였다. 그러나 그 가마니조차 얼마 되지 않아 앙상한 새끼줄만 남게 된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올 때마다 가마니의 짚을 뽑아 화장지 대신에 사용하였기 때문이었다. 비가 오는 날은 화장실 가기가 너무 싫었다.

하늘이 지붕인지라 비가 오면 화장실 변기의 독에는 물이 가득 차 볼일을 볼 때마다 더러운 오물이 튀어 엉덩이를 적셨기 때문이다. 더욱이 화장지도 없어 벽으로 둘러 처진 가마니에서 볏짚을 뽑아 써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어린 마음에 얼마나 가기 싫었겠는가.

겨울에는 몸에 굼실거리는 이가 고역이었다. 화롯불이 있는 호롱불 등잔 아래서 구호물자로 받아 입던 속옷을 뒤집어 이를 잡았다. 엄지 양손으로 이를 눌러 죽이다 보면 엄지손가락에 피와 이 껍질이 묻었다. 기어 다니는 이를 화롯불에 던지면 톡 톡 하는 소리가 재미있기도 했다. 더 큰 재미는 이의 알인 석회라 불리는 것을 잡는 일이었다. 호롱불 등잔 작은 불꽃에 내복을 적당하게 대면서 돌리면 이 알들이 ‘따따닥’ 하고 타는 소리가 들렸다. 내복 깊은 곳에 있는 알을 잡으려고 호롱불에 너무 가까이 하면 옷이 타버릴 수 있어 이가 까놓은 알들이 있는 속옷을 뒤집어 입에 물고 어금니로 옷을 씹기도 했다. 이때, 알들이 톡톡톡 터지곤 했다. 정리 : 총괄기자 고광배 목사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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