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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권하는 사람들 / 전북지방회 독서클럽‘나는 사별하였다’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4.02.22 07:33
  • 호수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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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준 부목사(필그림교회)

나는 여전히 장례식장이 낯설다. 나는 여전히 상주에게 어떤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장례 예배 때 어떤 말씀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믿음이 없어서도, 영생이나 천국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도 아니다. 그 어떤 말로도 유가족들을 위로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오직 하나님만 위로하실 수 있고, 나의 어쭙잖은 언행이 혹여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염려가 되어서다. 리처드 마우의 ‘무례한 기독교’에서 말하듯이 믿음과 교리로 무장한 채 믿음을 강요하고, 위로를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순절 기간 어떻게 하면 죽음과 이별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에 독서 모임에서 ‘나는 사별하였다’를 함께 읽고 나누며 죽음에 대해, 누군가의 죽음 이후 남겨진 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아갈 수 있었다.

이 책은 사랑하는 배우자를 잃어버린 고통으로 말미암아 일상과 영혼까지 바스러졌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별자들은 가족의 죽음을 통해 인생이라는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나는 경험을 하였다. 한 번 깨진 유리창이 원래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죽음 너머 도착한 곳에서 조각조각 깨진 유리들은 각기 다른 인생의 색을 입어 새로운 그림으로 변화한다. 그 과정에서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고, 위로랍시고 건네는 말들이 얼마나 큰 상처와 아픔을 주는지 미처 몰랐던 것들이 너무 미안하기만 하다. 유족들은 영혼의 반쪽을 잃었다고 생각했건만 배우자의 장례와 더불어 같이 순장된 것 같은 시간을 살아간다고 한다. 남들은 이해 못할 고통을 함께 나누며 서로에게서 위로와 힘과 조언을 얻었던 사별카페 회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사별자가 될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중 네 명의 글과 사별 이후 남겨진 자들이 겪을 심리적 아픔들 그리고 남겨진 자들이 감당해야 할 행정절차 등에 대해서 기록하였다.

한국은 죽음학이라는 것 자체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지만 죽음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인 이정숙, 권오균, 임규홍, 김민경 씨는 자신들의 아픔을 감추지 않고 진솔하게 드러내었고 그로 인해 다른 이들에게 사별자들만이 이해할 수 있고, 알고 있었던 내용들을 담담히 내보인다. 과장해서 행복한 척하지 않고, 과장되게 슬퍼하지 않고 아프면 아픈 대로,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대로, 속상하면 속상한 대로 살아가다 겨우겨우 인생의 희붐한 빛을 발견하고 하루를 살아 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기에 너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이며 우리에게도 다가올 미래이자 아픔이며 이겨내야 할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잃어버린 양, 잃어버린 동전, 잃어버린 아들. 잃어버린 고통과 슬픔에 몸부림치시던 하나님. 매일 마을 어귀에서 집 떠난 둘째 아들을 기다리시던 아버지. 그러나 아버지의 고통을 보면서도 집을 떠나지 않는 맏아들. 목자도 양을 찾아 길을 나서고, 여인도 동전을 찾을 때까지 불을 밝히고 쓸었건만 맏아들은 요동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구원의 첫 열매이자 마지막 아담인 예수님이 오신 것이 아니었을까? 쾌락을 위해 재산을 탕진한 둘째 아들을 살리기 위해 생명을 탕진하시는 탕부 하나님이 아니실까? 탕부 하나님은 사별자였고, 그래서 생명을, 재산을 무모할 정도로 탕진하면서까지 자녀의 생명을 붙들려고 하시는 것이다. 

하나님은 사별자들을, 망자를 버린 것이 아니다. 그들보다 먼저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렸고, 그들과 함께 순장되는 듯한 아픔을 겪으셨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권력자로, 권세자로 오시지 않은 것은 그 무엇으로도 가닿을 수 없는 우리의 언 마음을 품어주시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목자 없는 양 같이 헤매는 우리를 불쌍히 여기심이 아니셨을까? 사별자들의 마음이 곧 하나님의 마음일 것이다. 사순절, 이 책을 통해 하나님의 언 마음을, 사람들의 언 손을 오래도록 잡아주는 언 손이 되기를 기도한다.

이정숙, 권오균, 임규홍, 김민경 공저, 「나는 사별하였다」 서울: 꽃자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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