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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물단물>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3.10.25 17:12
  • 호수 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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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은 “남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사람만이 행복을 얻을 수 있다”라고 했고,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은 다른 사람들도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데 자신을 바치는 것”이라고 했다. 오늘 내 작은 배려가 사람들의 얼어붙은 가슴을 녹이고 서 있는 자리를 따뜻하게 한다. 

낯선 동네로 이사를 간 주부가 이삿짐을 정리하다가 싱크대 서랍에서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이사 오느라 애쓰셨어요. 저는 이곳에서 아주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특히 부엌이 있는 작은 창으로 내다보이는 바깥 풍경은 늘 한 폭의 수채화처럼 멋지답니다. 당장 이용해야 하는 전화번호입니다. 주인들 모두 친절하고 다정한 분들입니다. 행복하십시오!” 글 밑에 빼곡하게 쌀집, 채소가게, 정육점, 약국, 미용실, 대중목욕탕 등등 가게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전에 살던 사람이 남긴 편지 한 통으로 주부는 그곳에서 행복을 꿈꾸게 되었다. 내가 하고도 곧 잊어버리고 마는 그 사소한 것들이 누군가에게 ‘인생은 아직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것’이라는 감동을 주고 그 감동은 희망이 되고 행복이 된다. 

박완서 씨는 에세이집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에서 “우리가 아직은 악보다 선을 믿고, 우리를 싣고 가는 역사의 흐름이 결국 옳은 방향으로 흐를 것을 믿을 수 있는 것도 이 세상 악을 한꺼번에 처치할 것 같은 소리 높은 목청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소리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선, 무의식적인 믿음의 교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고 했다. 

어느 대학교 바로 앞에 욕쟁이 할머니 순댓국집이 있었다. 드나드는 단골 학생들은 할머니의 욕을 진한 순댓국 국물만큼 구수하다고 좋아한다. 할머니는 찌그러진 양푼에 방금 쪄낸 달걀 한 알을 넣어 무심한 듯 상위에 놓고 다닌다. “오늘은 내 생일이야” 다른 날은 “영희 생일이야“ 또 다른 날은 “순희 생일이야”한다. “영희가 누구예요?” “응, 있어, 내 동무!” 할머니만 아는 명분을 내세워 학생들이 부담되지 않게 한다. 할머니는 “나중에 잘되어 갚아라!”면서 등록금도 보태주고 약값도 내준다. 실연을 당해 울상인 학생 앞에는 ‘실연을 이기는 건 매운맛이 최고’라면서 순댓국에 청양고추와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서 갖다준다. 실연 한 번 안 당해본 청춘은 청춘도 아니라며 등짝을 한 대 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사르르 풀린다. 

슈퍼맨만 영웅이 아니다. 숨겨진 영웅들이 곳곳에 있어 서로에게 힘과 위로가 되고 살 만한 세상,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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