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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 정원영 목사의 Book Life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3.08.2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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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목사(임진각순례자의교회 담임)

조각 조각의 성경 구절을 읽어도 수많은 사람들이 길을 찾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윤성근”님의 『탐서의 즐거움』(출판:모요사)에서 일부를 옮기며 상념에 젖어봅니다.

여행은 어느 곳이든 길을 가는 행위다. 그 길은 두 가지다. 이미 여러 사람이 다녀서 안전하게 닦아 놓은 곳이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이제 개척해야 하는 곳이다. 사람은 누구나 길 위에 서 있거나 혹은 어느 길로든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삶 자체를 여행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책도 길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흔한 말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우리들은 책 속에서 다양한 길을 찾는다. 글자만 가득한 책 속에 무슨 길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 사람은 말 그대로 책 속에서 글자만 본 것이다. 숲에는 나무만 가득한데 어째서 그 안에 들어가면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은 없다. 책 속에 가득 들어찬 글씨들은 제각각으로 생긴 나무와 풀처럼 어울려서 마침내 큰 숲을 만든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이리저리 뻗어나간 오솔길을 만난다. 어디로 이어진 길인지 알아차리지 못해도 좋다. 좁게 난 숲길을 걸어가는 것 자체로도 벌써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책 속에서 다양한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책 속에 가득 찬 글씨들이 나무와 풀처럼 어울려서 마침내 큰 숲을 만들고 이리저리 뻗어나간 오솔길로 풀어헤친 부분이 참 인상적입니다. 그렇습니다. 책 속에서 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걸었던 안전한 길일 수도 있고 새롭게 개척해야 하는 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길을 많은 책에서 찾고 먼저 걸어간 곳에서 지혜를 얻고 새로 개척해야 하는 곳에서 지혜를 풀어 쓰곤 합니다. 책에는 참 많은 길이 있고 그 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의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갑니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나왔다 사라진 책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한때는 최고의 지식을 전해주기도 하지만 지금은 쓸모없는 지식들만 나열된 책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고서(古書)가 되어서 존재 자체로도 귀중한 대접을 받는가 하면 너무 흔해서 그냥 사라지는 책도 있습니다. 책은 어쩌면 인류 역사와 함께 나타났다가 사라진 각각의 오솔길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수천년에 걸쳐 읽히고 읽힌 성경은 똑같은 내용이면서도 수천년의 역사와 호흡을 함께 하고 있는 유일한 책입니다. 그리고 조각 조각의 구절을 읽어도 그 조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길을 찾고 용기를 얻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성경은 그냥 책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1968년 북한에 의해 원산 앞바다에서 나포된 미국 해군 소속 푸에블로호를 기억할 것입니다. 공해상에서 타국의 군함을 나포한 후 영해를 침범한 것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심한 고문과 심문이 승조원들에게 주어졌습니다. 심신이 약화되어 무너지기 직전 함장인 로이드 부커 중령이 모든 승조원들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내일 여러분이 아는 모든 성경 구절을 적어오시오.” 어려서 읽고 외었던 혹은 주어들었던 성경 구절들을 각자 써 내려갔습니다. 이렇게 모아진 조각 구절들을 서로 나눠가며 읽고 또 읽었습니다. 승조원들은 점차 안정을 찾아갔고 11개월의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견디어 낼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12월 23일 협상이 마무리되고 승조원들은 송환되었습니다.

성경은 비록 조각조각의 성경 구절이라고 하더라도 그 말씀을 읽는 이들에게 위기와 고통 속에서 소망을 품고 이겨낼 수 있는 길들을 열어 주곤 하였습니다. 그들은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위로와 은혜를 받고 견디어 낼 수 있는 오솔길을 찾아 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입니다. 비록 그것이 성경 전체가 아니라 작은 조각 구절들의 말씀이었을지라도 말입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 119:105)”라는 고백이 여러분의 것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주의 말씀을 흠모하고 사모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주께서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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