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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목사의 BOOK -LIFE그대는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3.04.05 15:42
  • 호수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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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목사 (임진각 순례자의교회 담임)

‘허수경’의 산문집 『그대는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에서 일부를 발췌해 봅니다.

교실에는 작은 석유난로가 있었다. 겨울이면 그 난로 옆에 도시락을 두었다. 아침에 도시락을 난로 곁에 두면 양은 도시락 속에 든 밥은 학교까지 오느라 찬바람을 맞고도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다. 4학년 땐가, 우리 반 담임선생님은 도시락 반찬으로 아이들 집안의 빈부가 가늠질 되는 게 보기 좋지 않았는지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밥하고 가져온 반찬하고 큰 양동이에 부어 같이 비벼 먹자,” 모두 도시락을 내어놓았고 가지고 온 반찬도 함께 양동이에 부었다. 비벼서 서로 나누어 먹었다. 비빔밥을 먹다 보면 선생님 생각이 난다. 굶는 아이들을 위해 도시락 다섯 개를 가져오셔서는 양동이에 붓던 처녀 선생님. 

귀한 선생님의 마음이 너무나 고맙고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했다고 해서 빈부격차가 줄어들었을까요? 이런 정도의 노력으로 빈부격차가 해소되었다면 이 사회가 지금 여기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빈부격차는 어떤 개인의 노력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노력이 아이들의 마음에 무엇인가 흔적을 남겼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열매로 맺어진 아이들의 삶이 있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그 삶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고 그래서 세상을 바꾸는 일에 쓰임을 받았을 것입니다. 비록 그 결과는 미미했을지라도 말입니다. 당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아닐었지라도 결코 이 씨 뿌림이 헛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선생님에게서 배운 그 누군가가 그래도 이 사회의 이런 빈부의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그것을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계획하지 않았을지라도 가슴에 품고 살아갔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을 생각하며 희망을 품어봅니다.

요즘 한국 사회가 너무나 혼란스럽습니다. 정치는 세대와 지역과 이념으로 다시 한번 인위적인 가르마 타려고 하고 있습니다. 교회도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 빠져 진보와 보수로 나뉘고 있으며 그래서 세상의 외면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더하여 신천지, 이재록, JMS 등 이단 세력이 미디어를 통해 폭로되며 오히려 교회의 위상이 더욱 어렵게 되어 전도와 선교의 길이 더욱 답답하게 막혀만 갑니다. 그래서 세상을 향한 작은 그리스도인의 몸짓 하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사고가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만들어지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고 세상이 바뀌겠어? 내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겠다고 해본들 이 땅에 주님의 일이 이루어지겠어? 내가 봉사한다고 하나님 나라 확장에 도움이 될까? 나 하나 바른 생활을 한다고 그게 이 세상에 어떤 도움이 될까? 이런 생각이 알게 모르게 우리를 낙담하게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신앙인으로서 나 한 사람 개인은 이 거대한 사회에서 풀어낼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선생님처럼 신앙을 품고 그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작고 연약한 신앙적 삶일지라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런 작음이 있을 때 누군가는 배우게 되고 포기하지 않는 의로운 그리스도인이 또 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작음이 나도 모르는, 내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그런 위대한 일도 될 수 있다는 것과 주님은 그런 일을 준비하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마음에 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내가 한다고 뭐가 되겠어?’가 아니라 나 한 사람이라도 해야지……, 나 한 사람이라도 하자고 해야지……, 우리 교회라도 세상을 향해 이런 마음을 품고 그리스도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찾아가야 그래도 주님이 꿈꾸셨던 그런 세상이 더 빨리 다가오지……, 우리 교회라도 이런 노력을 해야지 한국교회가 세상을 향한 소망이 될 수 있지……, 이런 생각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주께서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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