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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목사의 BOOK -LIFE『퇴근길, 다시 태도를 생각하다』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3.03.15 16:12
  • 호수 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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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영 목사 (임진각순례자의교회 담임)

기저귀나 식탐의 부끄러움도 받아들인 부모님의 사랑이 아닐까요?

‘유인경’님의 『퇴근길, 다시 태도를 생각하다』(출판:위즈덤경향)에서 일부를 옮겨봅니다.

내가 엄마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은 “미안해”였다. 엄마는 10년 동안 치매를 앓아 당시엔 이미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빠진 것처럼 혼이 하늘로 떠난 듯한 상태였다. 그래도 집에 돌아온 나를 향해 엄마가 희미한 미소를 지어 주는 것만으로도, 알아들으시건 말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난 위안을 받았다. 겉으론 효심으로 포장했지만 실상 나를 위해 엄마의 존재를 필요로 한 이기적인 딸이었다. 11월이 되자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고 감기에 걸린 엄마는 약을 삼키는 것도, 가래를 뱉는 방법조차 잊어버려 고생하셨다. 아침에 기저귀를 갈아드린 다음, 나는 “엄마, 많이 아프지. 이제 엄마 마음대로 하세요. 괜히 막내딸 불쌍해 내 곁을 지키려고 하지 말고 마음 편히 떠나셔도 돼요. 내가 괜히 엄마 발목을 붙잡고 있어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라고 말씀드리며 뽀뽀를 해드렸다. 그리고 그날 낮에 엄마는 훌훌 가볍게 이 세상을 떠나셨다. 마치 “떠나도 괜찮다”라는 내 말을 기다리신, 엄마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엄마는 아주 평화로운 표정으로 눈을 감으셔서 이 못난 딸의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셨다. 나의 미안함을 받아주셨다고 믿고 싶다.

 

치매를 부모님들의 자녀에 대한 사랑의 측면에서 생각 해 보았습니다. 삶을 마쳐야 할 만큼 기력도 정신도 다했습니다. 그러나 이별이 준비되지 못한 자녀들 때문에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도 버리면서 한줄기 남은 생명 끈을 붙잡고 있는 부모님의 지고한 사랑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자녀들이 준비될 때 까지 참 많은 부끄러움을 당하면서까지 기다리는 부모님의 마음이라고 생각해보니 아련한 마음이 가슴 깊이 스며옵니다. 자녀들이 준비 될 때 까지 기다리시다보니 자신에 대한 기억도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방법도 잊어버리시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식탐 많은 어린 아이가 되기도 하고 용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 유아적 부끄러움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했던 이 땅의 모든 자녀들을 대신해서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이 그리하셨구나 하는 생각에 하염없는 서글픔이 잦아듭니다.

                              치매는 자녀들이 준비되기를 기다리시다 

변화산의 주님의 변형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요? 제자들이 영적인 눈을 일찍 뜨게 되어서 주님을 온전히 영접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능력을 나타낼 준비가 되었더라면 어떠했을까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신 그분은 십자가의 길이 아닌 다른 방법도 능히 행하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그때 영광을 받으셔도 되셨지만 영적인 눈을 뜨지 못하고 여전히 누가 더 큰 자가 될 것인가 라고 하는 현세적 가치에만 사로잡혀 있는 제자들을 깨우치시기 위해 변화산에서의 영광을 버리시고 십자가의 부끄러움을 받으신 것은 아니셨을까요? 삼위일체 되신 그 지고하신 하나님께서 육신을 입으셨고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함으로 우리를 가르치신 것이 십자가가 아닐까요? 그리스도인의 삶은 자기희생에서 만들어지고 영혼 구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가르치시기 위해 당하신 스스로의 부끄러움이 아니실까요? 이렇게 치매의 부끄러움을 사양치 않으신 부모님의 사랑을 생각하며 십자가를 바라보니 또다른 은혜가 찾아옵니다. 부모님과 우리 주님의 지고한 그 사랑에 부끄럽지 않도록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땅의 모든 부모님들의 희생과 사랑에 감사를 드립니다. 부모님의 사랑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주님의 사랑에도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주께서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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