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4.2.23 금 16:59
상단여백
HOME 기고/오피니언 특별기고
기고문 / 정원영 목사의 Book-Life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2.10.26 14:24
  • 호수 566
  • 댓글 0
   정원영 목사(임진각 순례자의 교회 담임)

‘허수경’ 산문집 『그대는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출판:난다)에서 일부를 옮겨봅니다.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고 난 뒤, 한동안 나는 마당에다 꽃이나 약초나 채소들을 심는데 열중했다. 꽃도 꽃이지만 우리나라 채소들을 심어서 먹고 싶었다. 교포 아주머니에게서 얻은 미나리와 깻잎, 고추와 갓을 나는 마당 한 귀퉁이에다가 심었다. 기다렸다. 갓에서 싹이 나오고 깻잎이 자라고 고추에 작고 흰 꽃망울이 달리기 시작할 무렵, 우박이 내렸다. 

갓김치에다, 깻잎장아찌에다, 고춧잎 무침을 먹어 보리라는 기대에 잔뜩 부풀었던 나는 우박이 내리고 난 뒷마당 귀퉁이에 서서 울었다. 울화가 치밀었다. 약이 올랐다. 모든 게 다 꿈이었다. 그렇게 그런 것들이 먹고 싶으면 그곳으로 가면 되지 않는가. 이곳에서 사는 게 다 꿈이었고 그곳으로 가는 것도 다 꿈이었다. 붙잡힌 영혼이여, 몸이 무거운가, 왜 이곳에서 그곳으로 선뜻 움직이지 못하는가.

작가의 외국 생활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저 또한 3년여의 외국 유학생활이 있었기에 작가의 마음이 더 가까이 느껴집니다. 우박에 쓰러진 채소들을 바라보며 치밀어 올랐을 울화가 글을 읽는 저에게도 함께 일렁이기까지 했습니다. 잔뜩 부풀어 오른 기대를 우박이라는 하릴없는 그 작은 것들이 쏟아지자 산산이 조각난 것은 채소 잎만이 아니라 작가의 기대가 더 크게 조각나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곳으로 가면 깻잎 정도는, 고추 정도는, 갓김치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흔하디흔한 우리의 입맛인데 그곳을 갈 수 없는, 아니 가지 않는 자신이 미웠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가의 이 마음에서 신앙인으로서의 우리들의 마음도 보이는 듯합니다. 우리 모두는 신앙생활을 잘 하고 싶어 합니다. 혹자는 신앙생활과 교회생활이 다르다고도 말하지만 교회생활을 잘 하는 이가 사실 신앙생활도 잘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모두 교회 생활을 잘 하기를 바라곤 합니다. 그래서 봉사의 직분을 갖게 됩니다. 이런 과정에서 더 기도하게 되고 또한 교회와 성도들을 더 사랑하게 됨으로 신앙적 성숙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각종 집회, 성경공부나 제자 훈련 등에도 적극 참여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교회의 부흥을 위해서 전도에도 열심을 내보고 싶어 합니다.

                                           일을 해야 하는 그 자리,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나요

그래서 각종 전도대에 참여하기도 하고 전도 훈련을 받기도 합니다. 매번 받아만 먹었다 생각해서 식당 봉사하며 설거지도 하고 배식도 함으로 받기만 한 사랑을 성도들에게 돌려주고도 싶어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생각뿐인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막상 직분을 가져보려고 하니, 막상 예배에 빠짐없이 참석하려고 하니, 막상 성경공부에도 참석해보려고 하니 갑작스럽게 일이 바빠지고 그래서 시간이 부족하고 또한 부끄럽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하고 그래서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가 깻잎이며 고추며 갓이 우박 한 줌에 모두 무너져 버린 것처럼,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나약한 이런저런 이유에 무너져 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그곳, 바로 고국에 가면 되는데 그곳에 가지 못하는 자신을 이야기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그곳, 봉사의 자리, 예배의 자리, 성경 공부의 자리, 그 신앙의 자리에 결국 가지 않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한순간의 그 연약한 이유들에 무너져 버리고 마는 것은 아닐까요?

잘하기 위해서는 그 자리에 가야 하는데 가지는 않고 생각뿐입니다. 신앙을 위한 그 자리에 있으면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별것도 아닌 우박에 부서져버린 꿈이 아니라 부지런히 열심히 최선을 다함으로 이루어낸 꿈을 받아 들었으면 합니다. 용기를 내세요. 그 자리에 가세요.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십니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좋아요 0

기독교헤럴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