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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 사모의 편지(65)겸손하십니까?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1.03.10 16:10
  • 호수 508
  • 댓글 1
위 영  (본지논설위원'속삭이는 그림들' 저자)

마이클 샌덜은 10대 학생이 자신의 신장을 팔아서 아이폰을 샀던 이야기를 토론의 주제로 삼았다. 놀랍게도 대부분 학생이 자유의지로 한 것이니 별 무리 없다는 주장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어느 학생이 다가오더니 부자는 오래 살 만한 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에 그는 생명을 연장해도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몇 년 전 ‘스카이 캐슬’이란 드라마를 봤다. (아파트에 캐슬이나 팰리스를 붙이는 것은 언어의 허영으로 외국 사람들에게 조롱거리가 된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경제적인 여유도 없었지만 나름, 방목을 세련되고 멋진 교육법으로 여겼던 사람이라 아이들 입시에 그 많은 돈을 들여가며 사생결단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마이클 샌덜의 <공정이라는 착각>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그것이 세계 부자들의 시류라는 것을, 교육의 공정은 공정화 사회의 단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수년 전부터 미국이나 유럽의 대입시를 모방해서 개인의 능력을 다각도로 검증하는 새로운 대학 입시를 시행하고 있다. 기회균등뿐 아니라 공정을 전제로 한 입시제도인데 오히려 이런 과정이 돈 많고 시간 많은 상류층 부모들이 올인하는, 그보다 더 부자들은 아예 입시 큐레이터(수억과 집 한 채 등이 입시에 소용된다니!)를 두고 관리하는 역효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들의 자녀들에게 외국 봉사 활동이나 각종 대회 수상이라는 스팩이 가능한 일인가,

성공이 돈이라는 척도로 이루어지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왜 그렇게 굳이 부자들은 명문대를 보내려고 할까, 샌덜은 명문대 입학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증명서라고 했다. 그 증명서를 통해 자신이 누릴 만한 삶을 누리고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는 것, 동시에 뒤처진 사람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 실제 프린스턴 대학생들 대다수는 자신의 노력으로 명문대를 왔으니까 그만큼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사인 볼트보다 더 많은 연습을 하는 것은 바로 그의 트레이닝 파트너라고 한다. 즉 우사인 볼트의 능력은 행운이지 노력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 자신의 노력으로 명문대를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부에 의한 편차라는 것,

슬프게도 능력주의는 교회 안에서도 버젓이 활동한다. 누군가에게 재산증식이나 일취월장하는 자녀가 있다면 우리는 아주 쉽게 복 받았다. 복 받을 만한 그릇이다. 복을 받을 만한 믿음이 있다고 말한다. 조금 깊게 들여다보면 행위에 대한 찬사이다. 그렇다면 부자가 아니거나 자식이 없는, 혹은 병이나 질고가 있는 사람은 은총이 없다는 말인가, 교회 안의 능력주의는 공동체 의식을 약화할 뿐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우선시하는 경향으로 믿음의 퇴보를 이끌어낸다. 신 없는 섭리론이라고나 할까, 우리는 구원이 은총이란 것을 안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서 겸손할 수 있다. 그 믿음이 주는 겸손함으로 사람들 사이에서도 겸손해야 한다.

파블로 카잘스는 훌륭한 재능으로 인해 높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었다. 그의 수업은 음악뿐 아니라 인문학적 전반에 관한 교육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항시 그에게 말했다고 한다. 재능은 네 것이 아니다. 그 재능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카잘스는 월수입 100달러가 되지 못한 노동자들을 위한 연주 협회를 만들어 무료 연주회를 하곤 했다.

능력주의는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그 안에 무수한 불공정함이 담보되어 있다. 그래서 마이클 샌덜은 자신이 얻은 삶의 모든 것을 행운이라고 여기는 자만이 겸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 겸손함이 사회를 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게 하리라는 것, 나는 샌덜의 행운을 섭리와 은총으로 바꿔 읽었다. <공정이라는 착각>은 결국 마음에 대한 책이었다. 당신 마음에 겸손이 있습니까? 질문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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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성소리 2021-03-11 09:57:25

    와!! 감동입니다 특히 재능은 내 것이 아니라는 말 그리고 캐슬이나 팰리스가 외국인에게 조롱거리가 된다는 말 처음 알았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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