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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 사모의 편지 (연재)볼음도의 은행나무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19.06.19 16:47
  • 호수 446
  • 댓글 0
               위 영 작가

요즈음 군자 타령을 하면 좀 웃기는 이야기일까. 연암이 쓴 글에는 군자와 소인이 나뉘어져 있다. 그의 군자는 괴이한 것이 없는 사람인데 소인은 늘 의심이 많은, 이른바 본바가 적으니 괴이한 것이 많다는 것, 생각해보니 이 소인이 아주 딱 너다.
 생애 최고의 나무라고 해도 될 만한 나무를 볼음도에서 만났다. 볼음도 역시 최초이니 최고, 최초, 이런 표현들은 외연은 그럴 듯 해 보이나 내면은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매일 다가오는 시간들 속에서 최고나 최초 아닌 것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음도는, 볼음도의 은행나무는 멋졌다. 멀리서 눈에 딱 들어오는데. 나무 식물 그런 익숙한 어휘로 표현되어질 물건이 아니었다. 나무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만약 나무에게 얼굴이 있다면 저러지 않을까, 연극배우의 과장된 얼굴처럼 표정이 풍부했다. 그것도 아주 싱싱한 움직임에 장엄할 정도의 대단한 위용이었다. 나무에서 넘치는 기가 공기에 실려 너에게 스미듯 다가왔다. 감탄하는 너를 오히려 ㅡ나무가  바라보는 듯한,  첫 만남에서 주객이 전도된  괴이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볼음도는 강화도 외포리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반가량 가면 나오는 날 밝은 날이면 북한이 보인다는 섬이다. 강화에서 그렇게 긴 시간을 타고 가야하는 섬이 있는가, 신기하기도 했고 처음 듣는 이름이니 보나마나 고즈넉한 섬일 것 같아서 기대에 차기도 했다. 강화야 자주 가는 곳이지만 건너편에 보이는 석모도만 가봐서 지인이 지인의 초청을 받아 가는데 같이 가자고 해서 무조건 오케이 했다. 
 볼음도의 은행나무 앞에서 다들 놀라며 나무를 둘러보고 있는데 할아버지 한분이 다가오셔서 말을 걸어오신다.
'이 나무는 숫놈이요.....여길 보시오...여길....딱 거시기가 있잖소.'
낯선 사람들에게 터놓고 거시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재미가 팽배한 얼굴이시다. 그러나 그분이 가리키는 것은 은행나무에 달린 유주였다. 사실 유주는 원래 여자의 가슴이란 뜻인데 생기기는 남자의 생식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금도 학자들 간에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은행나무 가지에서 솟아나 땅을 향한 돌기 유주는 공기 중에서 호흡하는 뿌리로 식물학에서는 기근(氣根)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늙은 나무의 비상식량이라고 보는 학자도 있다. 생김새 탓인지 만지면 아이 없는 여인들에게 아이가 생긴다는 전설도 있고...
“저게 내 어릴 때만해도 저렇게 나무에 붙어 있지 않았어요. 그런데 점점 자라더니 저렇게 나무에 붙어 버립디다. 여기가 원래는 바다였어요. 저 은행나무가 어디선가 떠내려 왔는데 바닷물이 세차면 쓰러졌다가 잠잠하면 다시 살아났다가....바닷물에 젖어 사니 그렇게 야무지지는 못했지요, 겉은 멀쩡했지만 아이들 두셋 들어가는 커다란 구멍이 있었어요. 그 구멍 속에 아주 커다란 뱀이 있는 거라, 그래서 날마다 나는 거라,”“뱀 소리요?” 샤삭샤삭...몸서리치는 소리였어, 오래전에 뱀소리가 난다고 해서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오기도 했어.  기하게도 그날 밤부터 뱀이 소리를 안내는 거여“
 뭐든 거대한 것이 지닌 독특한 기운은 그만의 스토리를 자아낸다. 샤샥거리던 뱀의 울음소리라니, 소리야.... 날마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더군다나 이런 고요한 섬에서라면, 바닷물소리 하늘의 소리 풀들과 나무 부딪히는 소리, 그 수많은 소리들이 합하여 뱀 소리 하나 못 지어낼까,,  역사가 사실에 의한 기록이 아닌 다음에야 그 이면의 모든 것을 어찌 다 기록할 수 있을 것이며 사람도. 사람의 감정도, 어떤 필설로도 기록되거나 표현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 사진을 정말 많이 찍었는데 도무지 마음에 드는 없었다. 나무를 아주 잘 드는 톱으로 자를 때 어느 순간 아주 심하게 반발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잘못하면 톱질을 하는 사람이 다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혹시 그 반발의 지점이 내 사진을 방해하는 것일까,
볼음도의 은행나무는 괴이한 것이 많고 많은 너라는 소인을 오히려 바라보는 <君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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