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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경전도사 68주기 추모예배에 즈음하여이야기로 풀어 쓴 문준경(1)
  • 정원영 목사
  • 승인 2018.10.19 17:23
  • 호수 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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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시작하며
도시에서 살던 저는 방학이면 할머니댁이 있는 증동리에 다녀오곤 했습니다. 초등 5년 겨울방학 어느 날, 삼촌이 저를 데리고 증동리 교회 뒷산에 있는 문중 선산을 올랐습니다. 어느 묘 앞에 저를 세우셨습니다. “원영아! 이 분이 누군지 아니?” “누구신데요?” “이분은 한국전쟁 때 교회와 성도들을 지키기 위해 순교하신 집안 할머니이신 문준경 전도사님이시란다. 너 잊지 말아라. 너는 순교자의 자손이다. 너는 하나님의 사람이다.” 짧은 말씀이었지만 긴 여운이 안겼습니다. 그리고 삼촌은 산을 내려와 바닷가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지금의 문준경 전도사님 묘역이 조성되어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그때는 도로도 없었고 모래 둔덕만 있었습니다. 파란 마늘 순들이 작게 돋아나 있었던 밭길 사이로 둔덕을 넘어서는 매서운 겨울 바다의 칼바람이 미러내고 넓은 바다와 맞닿는 곳으로 내려섰습니다. 물을 머금은 모래밭 위에 십자가가 그려진 검정색 시멘트 방원형 구조물이 있었습니다. “원영아! 여기 서 보거라.” “이것이 뭔데요?” “이 곳에서 할머니가 총에 맞으시고 순교하셨단다. 너 잊지 마라. 너는 순교자의 자손이다. 너는 하나님의 사람이다. 할머니는 교회와 성도를 위해 목숨까지도 내어주신 분이시다. 너는 이 신앙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한다.” 주께서 다메섹 도상에서 바울에게 번쩍 비춰주셨던 그 빛이었을까요? 어린 제 영혼에 들어와 버렸습니다. 당시에는 그 말의 뜻을 작은 가슴에 제대로 담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가르침은 저의 신앙과 영혼에 항상 메아리쳤고 가야할 길과 삶의 방법을 알려준 중요한 신앙유산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1985년 문준경 전도사님에 대한 『섬마을 순교자』라는 책이 성결교단 출판부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저는 이 책을 읽고 상당부분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문준경 전도사님이 버림받은 비련의 여인이었고 그 역사가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시어르신들을 버림받은 며느리가 불쌍해서 애기라도 생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치성을 드릴 정도로 무식한 촌로들로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이분들도 자녀들을 낳아본 분들이고 또한 며느리에게 글을 가르쳐 주신 분들인데 정말 이게 사실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집안의 어르신들께 두 분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문준경 전도사님은 버림받은 여인이 아니라 아이를 못 낳았을 뿐 너무나 좋은 사이였다는 것입니다. 그 책은 당시로서는 서해 도서지역의 깡촌 이야기 정도로 여겨져 논란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교단적으로 문준경 전도사님에 대한 조명이 다시 이루어 졌습니다. 영상물이 제작되고 기념관이 건립되면서 문전도사님의 생애에 대한 오해가 정설인 것처럼 굳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집안의 어르신들을 다시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문준경 전도사님이 분가했던 등선리에 사시는 집안의 며느리이신 93세의 성장금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아니여, 두 분은 참 좋으셨어. 근데말이여, 요즘 이상한 야그들을 햐, 아니랑께, 아를 못나서 그랬제, 두 분은 참 좋았어. 우리 집 여그 아래에 문전도사님이 사셨당게. 내가 잘 알어.” 이러시는 것입니다. 이후로 저는 증도와 임자도를 중심으로 널리 퍼져있는 문중과 주민들을 탐문하여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는 사뭇 다른 생생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직접 문전도사님과 앉아 예배를 드리고 그분의 품에서 자란 대초리 출신인 저의 어머니에게서도 수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생생한 이야기들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순교란 참 신비로운 것입니다. 할머니께서 복음을 전하다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면 후손들은 복음을 피해야 합니다. 그러나 순교를 가슴에 품고 신앙을 지키며 그 길을 따라 가고 있습니다. 섬주민의 90% 이상이 신앙인이 되었습니다. 순교란 이런 것입니다. 내가 죽을 때 다른 이의 생명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오늘 이 생생한 순교의 사건을 전하기 위해 주님 앞에 겸손히 엎드리며 펜을 듭니다. 이 글을 통해 저와 같은 마음과 고백으로 또 다른 순교의 후손으로 일어설 여러분을 생각하며 잔잔한 미소와 함께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십니다.   

정원영 목사  seojaco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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