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직분, 성공 아닌
  학교 발전 위한 희생 자리”
   서울신대와 함께 한 학자 외길, 미수 맞아 회고록 발간

일시: 7월 23일 오전 10시 30분
장소: 조종남 명예총장 자택
대담: 박병득 편집국장
기사 및 사진: 양진우 취재부장

성결교회 신학의 거성 조종남 박사가 오는 8월 8일, 서울신학대학교(총장 유석성 박사) 100주년기념관에서 88세를 맞이해 제자들이 마련한 미수 잔치에 참석하게 된다. 이에 앞서 서울신대 명예총장인 조 박사와 대담을 했다.

 미수를 맞이한 소감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벌써 88세가 됐다고 하니까 세월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 온 인생 여정을 되돌아 보니까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로스비의 찬송대로 “나의 갈 길 다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 그의 사랑 어찌 큰지 말로 할 수 없도다. 성령 감화 받은 영혼 하늘나라 갈 때에, 영영 부를 나의 찬송, 예수 인도 하셨네”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사실 고등학교 졸업할 때는 절대 목사가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으나 이후에 성령 체험하고 신학을 공부하게 됐다. 그리고 6.25전쟁을 겪기도 하는 등 참으로 힘든 시절을 보냈다
이번에 미수를 맞이하면서 자서전을 발간했는데, 책 제목이 『하늘 연어』다. 이는 본향으로 갈 날을 생각하면서 쓴 것이다. 연어가 고향으로 다시 돌아 가듯이 우리도 본향을 향해 다시 가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신대 발전사와 함께 해 온 역사에 대해 회고해 주세요.
 처음 신학 공부는 감리교신학교에서 했다. 이후 6.25전쟁을 맞이해 죽을 고비를 넘겼다. 또한 서울신학대학과 숭실대학교, 그리고 애즈베리신학교(M.Div) 등을 졸업하고 에모리대학교에서 ‘웨슬리 신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는 성결교회 1호 박사 학위다.
지난 1967년, 미국에서 돌아와 지난 1968년, 서울신대 전임 학장인 길보른 박사에 이어 4대 학장으로 취임했다.
그 당시 학교 상황을 보고 앞길이 막막해 울기도 했다. 그래서 학장을 그만 둘 마음까지 든 적도 있었으나 사명감 때문에 계속 봉직했다.
충정로 교사에 있던 당시 한국교회 중에 자립한 교회가 별로 없었기에 신학교로 지원할 능력이 없어서 학교 예산의 3분의 1 이상 수입이 들어 온 적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내가 미국 가서 모금하겠다고 공포하고 도미했다. 사실 그 당시 미국 가서 모금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도 열정 하나로 길보른 박사와 함께 가게 됐다.
도미 후 동양선교회를 통해 모금하는 것은 너무 제한이 많았다. 그래서 따로 서울신학대학 재미 후원회(Overseas Council for Seoul Theological Seminary)를 조직하여 모금 운동을 전개하였다.
또한 미국 남전도회 등에서 10만불을 지원 받게 되고 재단의 크레스키 씨의 거액 도움을 받아 부천시로 교사 이전을 했다.
사람들은 “조 박사가 큰 일을 했다”고 하나, 이는 나 혼자한 일이 결코 아니다. 하나님의 도우심 가운데 여러 사람들이 함께 수고한 결과이다.  함께 모금한 엘마 길보른 박사의 도움이 컸고, 특히 신학생들의 기도 뒷받침이 컸다. 학생들이 학장의 모금 활동을 위하여 금식기도를 했다. 당시에 총학생회장이 지금의 총장인 유석성 군이었는데, 그가 학생들을 강당에 모아 놓고 기도회를 하곤 하였다. 그리고 학교가 부천으로 나올 때는 모든 학생들이 의자 하나씩 또는 교탁 하나 씩 헌금해 마련하며 학교 교사 이전을 도왔다. 이처럼 교사 이전이 가능했던 것은, 그와 같이 많은 사람의 기도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모금 현황을 보고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WCC) 쪽에서 깜짝 놀랐다.

 과거 서명파로 인한 갈등 극복의 역사와 서울신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나의 학장 재임 당시에는 교역자 양성만 집중했던 학교였다. 그런데 현재는 종합대학화 되었다. 그러다보니까 집중하여야 할 교역자 양성 프로그램과 일반 학과 학생 교육 프로그램을 한 캠퍼스에서 수행해야 하는 모순에 빠지게 됐다. 이 문제는 두고 두고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 신학대학에 비해서 발전적이고, 유석성 총장이 잘 하고 있어서 안심이 된다.
학교에 대한 걱정 중의 하나가 총장 선거 경선 과열이다. 예전에는 너무 어려워 순교 각오로 사명 감당하려고 학장을 했지만 지금은 총장 자리가 괜찮은 자리가 되다 보니까 할 사람이 많아지자 경쟁자가 많아진 것 같다. 그래서 총장의 임기를 3년으로 한 모양인데, 3년 임기로서 총장에게 큰 일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총장 임기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명파 문제라면, 1990년대에 교수들이 서명한 것을 말하는 것 같은데, 교수들도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 당시 내가 오랫동안 학장을 하였는데도, 이사회가 나를 연임시키려는 것을 감지하고 그런 의사 표시를 한 것 같다.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때 그들이 누구를 반대한다고 하는 것 보다 자신들이 원하는 학장에 대한 모델을 제시 한다든가, 추천한다고 의사 표시를 했으면 분위기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까 그럴 수도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총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덕망도 있고 학식도 있어야겠지만, 행정의 은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에서 보듯이 학교에 어떤 유명한 교수가 있는가가 중요한 관심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직도 총장이 되는 것이 성공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총장이 되면, 낮아져서 섬기는 자세로 학교 발전을 위해 희생하며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시간은 흘러서 지난해 11월 13일에 명예총장으로 추대해 감사할 따름이다.

 성결교단과 한국교회를 진단해 주십시오.
 성결교회는 한 대학의 동문들로 이뤄져 유대관계가 돈독하다. 그러다 보니까 영적인 단합도 잘 되었다. 예전에는 주일 저녁까지 예배를 드려서 온전한 주일 성수를 했고, 심령 부흥회를 자주 해서 회심을 중시했었다.
그런데 현재 한국 교회 전체가 어렵게 됐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보수파가 사회 복음화에 대해 미흡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그래서 반성하지만, 오늘에 와서 반성이 지나쳐 세상에 비위 맞춰 주려는 모습이 너무 강한 듯 하다.
그러다 보니까 예수가 “세상으로부터 미움 받으라”는 말씀대로 살지 않고, 세상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아 아쉽다.
내가 목사 안수 받을 때, 마태 복음 16장의 본문 설교를 들었는데, 베드로가 예수를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한 장면에 대한 설교를 들었다. 이처럼 우리는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고 그를 섬겨야 한다. 그러나 주를 섬길 때, 사람의 생각으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생각으로 섬겨야 하는 기본 자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수님이 베드로를 그 때 다시 책망하셨듯이, 사람의 생각을 가지고 주를 섬길 때, 우리는 하나님의 일에 장애물이 되는 것이다. 이는 늘 나 자신에게 하는 설교이기도 하다.

 끝으로 가족에 대한 소개와 후학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해 주십시오.
 젊은 날에는 공부하느라고 가족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뒷바라지 했던 어머니 고 최경애 전도사와 아내 고 정음전 권사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특히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에 대해 늘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자녀들도 신앙생활을 잘 하고 있다.
이제 우리 한국교회는 초기 성결교회의 구령의 열정이 되살아나 전도에 매진해야 한다. 이것 저것 따질 때가 아니라 한국교회는 전도를 우위에 둬야 한다.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전도해 그 사람이 거듭나 제자가 될 때, 다시 한국교회가 살아 날 것이다. 사람이 변해야 사회 참여도 제대로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회에 비위를 맞추려고 하면 안 된다. 복음으로 사회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
하나님과 나의 관계가 개선되면 모든 것이 나아지는 것이다. 후학들이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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