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가족 위한 치료 단체 설립해 긴 시간 두고 돌봐야

병자들을 만지는 것조차 터부시되었던 때에, 예수는 지극한 사랑으로 ‘고통받는 자’들과 공감하셨다. 바로 교회가 회복해야 하는 길을 예수가 몸소 보여주고 계시다.

6월 9일 현재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4일 째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만큼 세월호 참사가 우리 모두의 영혼에 각인시킨 고통이 크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두달이 다가오지만, 한국교회가 이 참사에 대하여 영향력 있고, 규모 있게 담당했던 바는 부족하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개교회 별로 다각적인 사역을 전개하고 전국의 교회가 예배를 통해 세월호 참사에 대하여 유감을 표하고, 애도하고, 희생자들을 위로하거나, 또는 특별기도회를 통해서 회개하고, 변하자는 말을 했지만 또 한결 같이 시간이 조금 지나자 조금씩 잊혀지고 참사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교회에 뿌리박혀있는 배금주의와 성공주의를 스스로 돌아보고, 뿌리 뽑는 노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게 총체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교회도 이러한 변화에는 예외일 수 없다. 많은 과제들이 한국 교회의 문 앞에 놓여있다. 교회는 무엇을 돌아보고 실천해야 할까?
 첫째, 그간 승리자의 역사를 바라보던 교회였다면, 고난에 대해 돌아보고, 상처에 대하여 개방된 교회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지금껏 많은 간증과 설교와 성경해석은 기복주의와 배금주의, 그리고 성공주의의 전도사 역할을 해왔다. 고난의 현장은 죄와 부족함에 대한 결과쯤으로 여겨버렸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불행과 고난을 죄에 대한 보응 내지는, 연단의 과정으로만 그려왔다. 동시에 고난에 대한 깊은 고민은 터부시되기도 했다. 이것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후에도 한국교회는 ‘퍼포먼스 회개’만 보이다가 엄중한 고난에 대한 질문이 닥쳐왔을 때, 뜬구름만 잡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둘째, 교회가 이웃과 사회의 고통을 흡수할 수 있는 ‘영적 감수성’과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교회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설교를 했다. 하지만 많은 목회자들은 피해자들과 공감하지 못하고 세월호 참사를 철저히 대상화 했다. 심지어는 한국교회의 지도자라 자칭하는 일부 목회자들이 무분별한 언어로 실종자와 유가족들을 모욕하고 아프게 해 전 국민적인 비난을 받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를 설교 예화 정도의 ‘해석거리’로 여기고 있는 목회자들을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이웃의 고통의 현장을 보면서 공감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행적들은 ‘공감의 극치’를 보여주지 않았던가? 유대인으로서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될 고통의 현장(사마리아성이나 나병환자촌 등)으로 스스로 찾아가셨던 분이 예수이시다. 그리고 불결함과 죄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그 병자들에게 일일이 손을 얹으시고, 고치셨다. 병자들을 만지는 것조차 터부시되었던 때에, 예수는 지극한 사랑으로 ‘고통받는 자’들과 공감하셨던 것이다. 바로 교회가 회복해야 하는 길을 예수가 몸소 보여주고 계시다.
셋째, 교회가 구체적인 도움이 되는 것이다. 지금 생존자, 희생자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심리적 돌봄이 가장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특히 생존자들 가운데는 극심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이 겪는 ‘외상성 애도’ 또한 지속적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관리와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교회가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연합적인 차원에서 트라우마를 관리하는 단체를 설립해 긴 시간을 두고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간단체인 교회가 트라우마를 관리하는 재단을 설립한다면, 국가가 운영하는 것보다 접근성과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와 교회의 역사에 고통스러운 이정표이다. 세월호 참사를 사회와 교회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어쩌면 아이들이 우리 사회와 한국교회에 던져 준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세월호 이후의 신학과 복음’을 어떻게 성찰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한국교회의 구원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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