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이다. 부활은 십자가와 더불어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2천년 인류역사에서 가장 크게 기념하는 절기 중 하나로 보내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고 증거하는 것이 교회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많은 교회들이 부활절을 앞둔 고난주간에 특별새벽기도회를 열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고 주님의 고난에 동참한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진정으로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안타깝지만 고난에 동참하기 보다는 현재의 안락을 누리고 그것에 집착하는 일에 더 몰두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재 모습이다.
현대에 접어들면서 부활절을 소홀히 생각하거나 연례행사로 취급해 의례화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부활절은 교회가 교회되게 하고 기독교가 존재케 하는 존립근거이다. 타종교에는 없는 오직 기독교에만 있는 부활, 이 시기를 스치는 절기로 생각해 형식적으로 지낸다면 주님이 역사하실 지에 대해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부활절을 지금 나와 교회의 모습을 돌아보고 주님이 주신 부활의 의미에 비춰 신앙의 태도와 방향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주님 보시기에 합당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교단과 한국교회 그리고 더욱 넓게는 한국사회에 갈등과 이기심이 피어내는 연기가 자욱하다. 주님께서 고난을 받으시고 다시 새롭게 살아나신 것처럼, 교단과 한국교회는 그동안 부정적이고 관습적으로 행해오던 모든 사고와 행동을 내려놓고 죽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오늘의 부활절이 우리 모두에게 던져주는 메시지이다.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고통과 사망이 뒤따른다. 고통과 사망이 없는 부활은 불가능 하며 의미도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회들은 고통과 사망을 두려워한다. 피하고 싶어 하는 일이다. 부활이 없는 믿음이 공허한 것처럼 사망과 부활이 없으면 교단과 한국교회에는 미래가 없다.
한국교회가 새롭게 거듭난다면 그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 그것은 나와 내 교회 내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한 신앙이 아니라, 너와 우리를 위한 신앙을 회복하는 것이어야 한다. 즉 복음의 공공성 회복이다. 자기를 중심에 두던 종래의 태도를 벗어나, 교단과 한국교회, 더 확장해서 한국사회, 즉 공동체 전체의 이익에 봉사하는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거기에 교단과 교회의 미래가 있다.
복음이 사적 영역에 머물고 그 안에서 자족한다면 그 영향력은 ‘찻잔 속 태풍’으로 머물 수밖에 없다. 복음의 공공성이 절실한 이유이다. 한국교회는 사회로부터 신뢰를 많이 잃었다. 잃어버린 신뢰, 그것은 교회의 공공성, 복음의 공동선을 되찾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조롱과 공격적 혐오를 내뱉는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상식적인 수준의 법규정 준수부터 갖춰야 한다. 이기심을 버리고 공동의 이익을 위한 첫걸음은 법과 양심을 지키는 것이다.
복음의 공공성은 주님 주신 ‘이웃사랑’의 명령을 실천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예수님께서는 이웃을 사랑하라고 명하셨다. 예수님의 명령이 교회 안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순수한 사랑의 본질을 호도하며 선교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예수님께서 명령하신 이웃사랑은 아무런 전제 없이 무조건 순종이 요구되는 인간 존재 양식에 관한 명령이기 때문이다. 이웃 사랑은 개인적이고 영적인 차원이기 보다는 사회적이며 공동체적인 명령이다. 따라서 이 명령에 대한 진지한 순종은 사회적 차원의 노력을 수반해야 한다. 복음이 공공성을 갖춰야 하는 이유이다.
교회가 지금의 모습을 정직하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고통이 뒤따른다. 하지만 주님의 고난과 부활은 우리에게 새롭게 거듭날 것을 명령하고 있다. 해마다 돌아오는 부활절을 연례적인 행사를 뛰어 넘어 진정으로 교단과 한국교회가 새롭게 태어나는 기회로 만들자.
주님의 명령을 기억하여 부활복음의 기쁨을 전파하며, 모든 이들의 영육을 구원하는 사역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교회 내적으로는 뼈아픈 성찰이 교회 밖으로는 복음의 공공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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