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은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갈등과 반목으로 가득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국정원 댓글 사건, 철도노조 및 의료계의 파업, 정부에 대한 불신, 비정규직 문제와 저소득층의 자살 등 사회적 불안과 갈등이 날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최근 한 민간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사회 갈등지수가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갈등지수는 민주주의 지수와 정부의 갈등관리능력, 소득불균형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지표로, 조사결과는 우리사회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사회 속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가 갈등을 중재하는 화해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회 일각에서는 사회갈등의 화해자 역할보다는 교권다툼, 재정문제, 비윤리적 행태 등으로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교회가 우리사회 평화와 화해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뿌리 깊은 이념갈등과 사회 양극화의 문제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중재하고 문제해결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는 최근 특별새벽기도 설교를 통해 “분열과 갈등을 반복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하나님의 사람이 갈등의 조정자, 치유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교회가 사회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무엇보다 교회 내 갈등과 분열의 회복이다. 교회 내 갈등이 사회분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 동안 정교분리의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정치적 문제에 침묵하던 보수교회가 정치적 현실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정치적 문제에 대해 진보교회의 입장과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서로 충돌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동안 사학법 개정, 한미 FTA협상, 남북통일,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 등 예민한 정치적 현안에 대해 찬반논쟁으로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군다나 부활절 연합예배의 파행적 운영, 교회연합단체의 분열, 이원화된 8.15 광복절 기념행사와 상이한 정치적 구호는 신앙인들의 마음을 혼란하게 만들며 불신자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교회가 자신들은 사분오열하면서 민족의 통일과 사회적 평화를 말한다는 것은 이중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교회의 연합과 일치가 절실하다. 교회의 연합과 일치가 이루어질 때 교회는 진정한 사회 갈등의 중재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 한국교회는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하여 살아있는 말씀을 죽은 문자로 만드는 교리주의, 자신의 교파만이 참된 진리를 소유하고 있다는 교파주의, 교회를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인식하는 교회주의와 종교적 권력을 추구하는 교권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한국교회는 제도적으로 연합과 일치를 위한 신학의 정립과 역사 인식의 공유, 실천적으로 교단중심이 아니라 동일한 사역을 중심으로 종횡으로 연대하는 연합활동을 통해서 교회의 연합과 일치운동을 뒷받침해야 한다.
우리사회의 갈등과 대립이 심각해지면서 화해자로서의 교회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되고 있다. 하나님과 인간을 화해케 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는다면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교회의 노력은 당연한 사명으로 보인다. 한국사회 갈등의 조정자가 되기 위해서라도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가 절실하다.

한기총과 교회협의회가 함께 예배드렸던 2009년 부활절연합예배 모습. 올해는 부활절 예배에 있어 연합의 정신을 살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헤럴드  admin@evanholy.co.kr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