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묵묵히 섬기는 것이 사명…목사와 성도 하나 돼 교회 지켜
‘제자훈련’으로 진정한 신앙 기쁨 경험한 성도 하루하루 ‘참 삶’ 누려 

농촌에서 목회를 이끌어 간다는 것이 점점 어려운 시대가 되고 있다. 많은 목회자들이 농촌 목회를 회피한 지는 이미 오래 되었고, 오랜 시간 농촌에서 목회해 오고 있는 목회자들도 새로운 비전과 소망에 들뜨기 보다는 현실이 주는 어려움을 하루하루 묵묵히 견뎌내기에 벅찬 것이 현실이다. 농촌 목회의 어려움의 원인을 단 한 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전도의 어려움과 전반적 인구의 감소 및 고령화 그로인한 경제적 어려움 등 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농촌 목회자들을 진정으로 어렵게 하는 것은 아마도 도시교회와의 비교에서 오는 위화감 내지 박탈감일 것이다. 한국교회 전반적인 풍토가 물질화, 규모화로 치닫게 되면서 농촌에서 묵묵히 주님 주신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목회자들이 스스로의 사역에 회의를 느끼거나 피로감을 갖는 것은 분명 한국교회 전체가 품어야 할 과제이다.
이렇듯 객관적 환경의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사회를 묵묵히 섬기는 것이 주님 주신 사명’이라는 믿음으로 곧게 서서 당당히 나아가는 교회가 있다.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하고 있는 파평사랑교회(정명진 목사)이다. 파평사랑교회는 군사도시로 유명한 문산에서 차로 십분 이상 북쪽으로 향하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교회이다. 교회가 자리한 마을은 채 50가구가 되지 않는 주민들이 살고 있고, 대부분은 60대 이상의 노인들이다. 마을에는 편의시설이 거의 없어 병원이나 세탁소는 물론 두부 한 모를 사려 해도 차를 타고 근처 면소재지까지 가야 한다.
편의시설의 부족보다 정명진 목사를 더 어렵게 하는 것은 인구의 계속된 유출이다. 젊은 세대들은 물론 주민들 대부분은 여건이 허락하면 언제든 파평 땅을 떠나려는 마음뿐이다. 그나마 남은 자들은 대부분 고령의 노인들뿐이다. 아이들과 청년들은 교육과 취직을 위해 대부분 지역을 떠나 하나 남은 중학교의 한 학년 수가 열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지난 2000년 파평사랑교회에 6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정명진 목사는 서른 살 전도사 신분으로 ‘열심히 하면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사역을 시작했다. 군인문화, 유흥문화에 찌든 아이들을 깨우려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돌봤다. 하지만 양육한 아이들은 때가 되면 떠나갔다. 허탈했다. 몇 년을 열심을 다해 사역한 결과가 사라지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과 함께 농촌목회의 어려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정 목사는 “한순간에 사라진 아이들을 보니 비전이 안보였다. 눈앞이 캄캄했다. 농촌목회의 한계와 함께 개인 능력의 한계를 동시에 체험하며 많은 좌절을 했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교회를 떠날 마음도 있었다. 교회를 가까운 도시로 옮기자는 성도들의 제안도 있었다. 갈등이 있을 때마다 정 목사는 무릎 꿇고 기도 드렸다. 기도 중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목회라면 이곳에서 두 팔을 벌리고 그 땅을 딛고 이곳에서 하나님 앞에 예배 드리는 그 일을 기쁘게 보실 것이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후 교회를 이전하지 않기로 하고 지금까지 사역을 계속해 오고 있다. 정 목사는 “교회를 정리해서 사람 많은 곳으로 나갈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이 지역이 예배함이 없는 소돔과 고모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곳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드려지는 예배를 통해 교회가 하나님과 지역의 접촉점이 되고 우리를 통해 흘러가는 복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견딜 수 있었다”고 당시 마음을 소개했다.
이후 정 목사는 파평지역을 ‘말이 통하는 선교지’로 생각하며 지금까지 섬겨오고 있다. 최근 정 목사가 집중하고 있는 사역은 ‘제자훈련’이다. 대부분 고령인 성도들을 대상으로 제자훈련하는 것은 녹록치 않았다. 글을 쓸 줄도 읽을 줄도 모르는 성도들 집을 일일이 방문해 일대일로 앉아 성경을 공부하고 신앙훈련을 했다. 한번 방문하면 세 네 시간을 함께 공부했다. 변화가 찾아왔다. 성도들은 성경과 신앙생활에서 그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참기쁨을 발견하게 되었고, 늦은 나이에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정 목사는 “처음에는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제자훈련은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하고 토양작업으로 양육단계를 긴 안목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훈련과 학습이 쌓일수록 대부분의 성도가 행복해 한다. 너무 좋아하신다. ‘그동안 헛살고 헛신앙 생활했는데 목사님 덕분에 참삶과 참신앙을 알게 되었다.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자주 받는다. 시골목회에서 얻게 된 큰 기쁨이다”고 말했다.
정명진 목사는 파평사랑교회 성도들을 어려움 중에도 교회를 지켜온 귀한 사람들로 소개한다. 변함 없이 꿋꿋하게 교회를 지켜온 성도들을 보며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마음뿐이다.  정 목사는 “요즘 우리교회는 천국을 경험한다. 물질에서는 부족함이 많지만 심령이 부흥하기 때문이다. 좋은 성도와 함께 목회하는 것이 행복하다. 어려움 중에도 넘어지지 않고 교회를 지켜온 우리 성도들을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소개했다. 정 목사는 할 일이 많다. 앞으로 모든 성도들을 주님의 진정한 제자로 양육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명예와 목적을 뒤로하고 오로지 주님의 기쁨 위해 사명 감당하고 있다는 정 목사의 미소에서 고통을 이겨내고 소중한 꽃을 피워낸 사람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향기가 배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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