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내가 내 영혼에게 이르되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리라 하되 하나님은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예비한 것이 뉘 것이 되겠느냐 하셨으니 (눅 12장)

위 그림은 렘브란트의 어리석은 부자이다. 책상 위에는 저울이 있고 금화도 있으며 보석 혹은 금화가 담겨있을 제법 도톰한 주머니도 있다. 돈을 주고받은 상황을 기록했을 종이들이 가득하다. 얼마나 만지고 또 만졌는지 닳고 닳았다. 아마도 아래쪽 두툼한 책들은 재산장부일 것이다. 입은 옷은 화려한데…….이마 위의 주름이나 입 주위가 움푹한 것을 보니 상당히 늙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촛불은.... 많이 타선지 조금 남아 있다. 혹시 그 부자의 남은 생명 만큼일까,.....저 촛불이 조금 높은 등롱위에라도 자리하고 있다면 세상은 조금 더 밝을 텐데... 그는 촛불을 책상위에 그것도 부족해 눈앞으로 가져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비치게 한다. 더군다나 손으로 촛불을 가리고 있다. 더 밝고 환하게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을 선명하게 보기 위해서이다. 상대적으로 주위의 어둠은 짙어져서 부자의 눈앞만 빼면 주변은 사뭇 어둡다. 그 어둠속에 벽장문이 보인다. 아마도 저 책상위에 꺼내어진 수많은 서류철과 돈, 은금 보화들을 보관하는 곳이겠지. 그런데 자세히 보면 왠지....어둠 속 벽장...열려있는 그 문, 어둡고 음험한 동굴처럼 보인다. 무엇이든 들어오기만 하면 순식간에 낚아 챌 듯 한 음험한 괴물이 살고 있는, 그리고 동굴은 부자의 머리를 정통으로 노리고 있는 듯 보인다.
이 부자가 어리석은 것은 부자라서가 아니다.
자신의 미래는 조금도 모르면서 마치 지금 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 계속 될 거라는, ‘믿음 아닌 믿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리석은 것이다. 죽음, 종말 혹은 삶의 끝에 대한 일말의 사유도 없이 언제까지 이 상태가 지속 되리라는, 오직 현재만을 바라보는 그 시선 때문에 어리석은 것이다. 어둠속에 존재한다 하여, 지금 보이지 않는다하여 죽음은 존재하지 않을까. 우리가 죽음을 의식하지 않고 날마다 즐겁고 환하게 살아간다 하여 죽음이 다가오지 않을까,
언젠가 교회학교 아이들에게 하나님을 만나면 무엇이 제일 궁금한가..질문을 던졌더니
상당히 많은 수의 아이가 자신은 언제 죽을 것인가를 묻고 싶다고 했다. 그것 알아서 뭐 할 건데...라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하면서 하여간 궁금하다고 했다. 여러 가지 해석을 해볼 수 있었지만 의외로 어린아이들이 어른보다 죽음에 대한 인식을 오히려 더 투명하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지혜가 보이지 않는 것 들리지 않는 것들에 대한 센서라면, 아이들은...그 맑고 투명한 영혼으로 오히려 어른들 보다 선명한 촉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닐까!
<위 영 사모 약력>

쪾크리스챤신문 소설 당선
쪾맥심 커피문학상 수상
쪾전북중앙일보 신춘문예 수필
쪾전국편지쓰기 대회 대상 수상
쪾동아닷컴 e칼럼 3년 연재

위 영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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