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과 휴가가 다가오고 있다. 올해에도 많은 교회들이 ‘비전트립’이나 성지순례라는 이름으로 나라밖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성지순례는 휴가와 여행이 주는 ‘설레임’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을 찾고 싶은 ‘신앙적 열망’이 합쳐진 만큼 다른 여행과 다른 특별한 의미 속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성숙하지 못한 일부 교회의 일탈행위와 여행업계의 장삿속 논리에 순수한 순례자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성지순례자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만큼 문제점들도 증가하고 있어 대안마련이 시급하다.
성지순례가 관습화되고 단지 ‘색다른 여행’으로 그 의미가 격하된 것에는 어떤 원인이 있을까? 무엇보다 차별성이 없고 정형화된 여행 프로그램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기념교회 방문 중심으로 진행되는 성지순례 프로그램을 보면, 10~20년 전이나 큰 차이가 없다. 목회자나 신학생이 가는 성지순례 프로그램과 일반신도가 가는 프로그램 사이에도 차별점이나 특성을 찾기 힘들다. 성지순례객들은 몇몇 성지를 방문한 추억과 감동을 말하지만, 성경을 역동적으로 관찰하고 읽어낼 수 있는 역량이 커진 것은 아니다. 순례현장에서 ‘체험’보다는 ‘주입’이나 ‘정보전달’위주로 일정이 진행되니, 성지순례 프로그램이 지니는 변별력이 여타 여행과 크지 않다.
여기에 여행사의 횡포와 의미보다는 이익을 우선하는 상행위는 성지순례의 의미를 더욱 퇴색시킨다. 최근 성지순례를 다녀온 사람 중에 가이드가 쇼핑과 옵션을 강요했다는 항의 사례가 늘고 있다. “성지순례 동안 가이드가 쇼핑센터로 안내하거나 ‘이곳을 둘러보지 않으면 후회한다’며 여행지 몇 곳을 추천하고 그에 따른 추가 경비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월간 복음과상황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작년 한 여행사관련 사이트에서는 여행사 직원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성지순례 계약을 맺기 위해 교회나 선교단체, 신학대학 등 교계 관계자에게 비공식적으로 물품을 제공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수가 40%를 넘었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사가 주는 스트레스를 피하고 의미와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성지순례가 되기 위해서는 이익보다는 섬김의 자세로 운영하는 여행사를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항공료와 현지 여행경비, 관광진흥법에서 보장하는 여행업무수수료 등 항목별 요금을 정확하게 공개하는 여행사를 선택해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지순례를 다녀온 신자와 목회자들로부터 “성지순례가 은혜로웠습니다” “이제는 성경이 느껴져요. 목사님 설교가 재미있어졌어요” “설교준비가 즐겁고 성도들 반응도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성지순례를 준비하는 모든 인원은 현지 역사와 문화, 사람들을 이해하는 공부를 장시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의 시간을 두고 성지순례의 목적과 대상에 대한 사전 스터디가 필요하다. 어쩌면 이 과정이 성지순례보다 더욱 중요하고 의미 있다 하겠다.
또한 여행사와 가이드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으로 그들을 배제한 채 순례를 떠나면 더 큰 낭패를 경험할 수 있다. 현지 언어와 법규, 문화에 익숙한 것만으로도 가이드와 여행사는 필요하다. 여행사에 모든 것을 맡긴 채 그저 가자는 대로 따라가는 수동적인 자세를 버리고 여행사를 적극 활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성지순례 지역의 선교사나 주한 외국관광청과 협력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성지순례의 의미를 회복하는 것이다. 성지순례는 성서의 땅을 찾아가 예수와 성인들의 삶과 가르침을 되새기고, 체험하며 거니는 ‘거룩한 순례’여야 한다. 또한 그곳에 서려 있는 신앙과 믿음, 가르침과 고백을 따르고자 다짐하는 순례자들의 삶의 다짐이 동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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