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대림절 세 째 주일을 맞이하고 있다. 2000년 전 첫, 성탄의 소식은 당시 제사장이나 지배계층 사람들의 생각과는 완전히 빗나갔다. 오히려 한밤에 들에서 양을 치던 목동들과 이방의 동방박사들에게 알려졌다.
빗나간 사람들
그토록 고대했던 그리스도가 오시는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했던 당시 유대인들처럼, 과연 오늘의 교회가 성탄에 오시는 아기 예수를 맞이할 수 있을까 몹시 염려가 된다.
만일 유대인들과 같이 하나님의 방식이 아닌, 자기방식대로 아기 예수를 기다린다면 과거에도, 오늘도, 미래도, 아니 영원히 만나지 못할 것이다.
요즘 주일마다 신자들이 관례적으로 고백하는 사도신경에는 자기를 비우고, 고난의 종이 되어 남을 섬기셨던 예수, 갈릴리의 예수, 역사적 예수를 찾아볼 수 가 없다.
역사적 예수
신화된 예수, 교리로 박제된 예수를 기다린다면, 역시 영원히 만나지 못할 것이다. 신화나 교리의 예수님은 ‘몸’과 ‘마음’을 갖고 있지 않다.
2000년 전에 오신 예수는 착취와 억압, 지배라는 ‘제국’의 논리와, ‘악’의 논리에 찌든, 소망 없는 세상의 만백성들에게 친히 천국의 꿈을 펼쳐 보이신 분이시다.
하나님 나라의 질서
동정녀 몸에서 탄생하셨다는 것과 본디 오 빌라도에 의해 십자가에 죽었다는 사실 외에, 이 ‘질곡(桎梏)’의 역사에 오셔서 민중들과 함께하셨던 ‘역사적 예수’의 사역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예수님은 공생애 동안 이 땅에 하나님 나라 곧 ‘사랑’과 ‘공의’, ‘공의’와 ‘사랑’의 ‘새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해 그토록 노력하시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하여 마침내 십자가에 처형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묵묵히 지셨다.
아직도 예수의 오심과, 그의 사역, 죽으심, 부활 그리고 승천, 성령으로 강림, 다시 오심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질서’를 위해 오신 ‘역사적 예수’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자기 방식의 예수
예수를 믿는 것이 자신의 보다 더 편리한 삶이나, 아니면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기독교 신앙을 마치 ‘부적(符籍)’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당시 유대인들은 자기 민족을 선택하신 하나님께서 자신들이 처한 상황, 즉 로마의 지배로부터 해방과 더불어 세계를 제패하는 그날을 위해 메시아를 고대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새로운 질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껏해야 정치적 예수, 폭력과 억압을 통하여 착취하고, 지배하고 다스리는 ‘권력의 구조’ 이상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이 중요하다
평상시에 신앙생활을 잘 해오다가도 행여 엉뚱한 데 시선이 팔려 이 기다림의 의미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곰곰이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신앙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이 중요하다. 우리가 기다리는 아기 예수는 2000년 전에 이미 오셔서 인류의 구원의 길과, 새로운 질서를 마련해 주셨고, 지금은 보혜사 성령으로 우리와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의 주님이다.
그는 한 인간의 ‘성실성’이나 ‘노력’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세상살이’를 하루하루 주 뜻 안에서 살아가도록 우리를 도우시는 ‘구원의 하나님’이시다.
우리와 함께 살기를 원하시는 예수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매일매일 우리에게 ‘임(臨)’하시는 그리스도를 힘입어 ‘지금- 여기’를 살아내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 예수를 기다리는 것은 우리의 모든 삶이 그 분의 오심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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