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렬 목사
(전농교회)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 체험이다. 신앙이란 하나님 안에서 사는 삶이며, 하나님과 함께 사는 삶이다.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신앙생활이 잘 안 되고 있어 고민들이다.
신앙이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운동선수와 가수가 ‘몸’을 만들듯이 그리스도인도 ‘몸’을 만들어야 한다. ‘아는 것’이 ‘삶’으로 이어지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자동으로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신 것은 자신과 같은 품성(品性)의 사람을 만드시기 위해서이다.
하나님은 ‘행함(doing)’보다 ‘존재(being)’에 더 관심을 두는 분이시다. 좋은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조나단 에드워드는 ‘나무’보다 ‘열매’에 더 관심을 가지는 자는 ‘위선자’라고 하였다. 하나님은 토기장이시고 우리는 진흙이라고 말씀하신다. 선한 토기장이이신 하나님은 쓸모없는 그릇을 부서뜨려 자신의 선한 뜻대로 최고의 그릇을 만드신다(렘18:1~6). 진흙에 불과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선한 토기장이신 하나님의 손안에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된다. 즉 고요한 중에 영혼의 시선을 주께로 향(向)하면 그 순간부터 토기장이 하나님의 일은 시작되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주로 ‘주관적 기도’ ‘실용적 기도’ ‘전투적 기도’에 길들여져 있어서 고요한 중에 자신을 맡겨 드리는 ‘하나님 체험’의 기도가 그리 쉽지 않다. 전자의 기도가 ‘능동적 기도’라면 후자의 기도는 ‘수동적 기도’이다. 대부분이 ‘능동적 기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하나님 체험’과는 거리가 멀다. ‘하나님 체험’의 신앙이라야 하나님 형상회복이 가능하게 된다.
나는 요즘 교육방송에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을 유심히 보고 있다. 부부 관계,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가정들이 전문가들의 ‘임상치료(臨床治療)’를 통하여 달라지는 이야기이다. 일면 다행스럽기도 하고, 대부분이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라는 데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신앙생활 10년~20년이 되면 이미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만들어졌어야 한다. 그러나 개개인의 신앙 수준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자기본위로 신앙생활을 해 왔기 때문이다. 신앙생활이란 지금 여기에 ‘현존(現存)’해 계시는 ‘하나님 체험’이다. ‘하나님과 교제’, ‘성령의 인도를 받는 삶’, ‘성령의 이끌림을 받는 삶’, ‘성령의 능력 안에서 사는 삶’ 등 모두 같은 내용이지만 사람마다 사용하는 ‘표현방법’이 다를 뿐이다.
스콜라 시대에 파리대학의 총장이면서 영성의 사람이었던 게르송(Gerson, 1363~1429)은 그의 저서 <신비 신학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스콜라신학과 신비신학(영성신학)에서 ‘하나님을 추구하는 방법의 차이점’을 이렇게 비교(比較)하고 있다. “스콜라주의자들은 ‘이성(理性)’이 하나님에게 이르는 길이라고 한다면, 신비신학자는 ‘사랑’이 하나님에게 이르는 보다 훌륭한 길이라고 믿는다. 사랑으로 데워진 ‘지성(知性)’만이 새로운 진리를 향하여 활짝 열리게 된다.”고 하였다.
5세기의 영성의 사람 위-디오니시우스는 “하나님은 인간에게 두 가지 능력을 주셨는데 하나는 ‘지적인 능력’과 다른 하나는 ‘사랑의 능력’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지적인 능력’만으로는 하나님 이해’나 ‘체험’이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하나님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 안에 갇혀 있을 정도로 적은 분이 아니라 무한하신 분이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하나님 지식’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중세교회 사가인 코메스터(Peter Comester)는 “영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독서보다 기도를 더 많이 하는 사람들인 반면에 모든 시간을 독서하는데 보내면서 기도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들이 스콜라 신학자들이라고 하였다.”
하나님 체험의 일차적인 자료는 ‘마음’과 ‘성서’이다. 성서를 읽되 지적인 탐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 깃든 배움과 하나님을 향한 열망’이 동기가 되어 성서를 읽는 것이다. 그것이 다시 기도가 되어 ‘내면화’ 되고, 다시 ‘삶(Life)’으로 이어진다.
변화와 행복은 관계에 있다. 수직적 관계 수평적 관계가 조화를 이룰 때 거기에 행복이 있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의 즐거움이 바로 행복이다. 이것은 십자가 복음의 능력 안에서만 가능하다. 주님 ! 하나님 사랑과 영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채워 주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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