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들과 며느리와 손자, 그리고 아내와 함께 여름 휴가차 가족여행을 사이판으로 갔다. 사이판 월드 리조트에 여장을 풀고 사이판 관광을 나섰다. 사이판 최북단에 있는 ‘만세 절벽’에 도착을 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1944년 미군이 사이판에 들어오면서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수천 명의 일본인들이 1944년 7월 8일 조국을 향해 “반자이”(천황만세)를 외치며 80m 높이의 절벽 아래로 뛰어 내린 곳이다.

‘만세 절벽’ 뒤쪽으로 병풍처럼 펼쳐진 마피산 산정의 서쪽에는 ‘자살 절벽’이 있다. 만세 절벽에서 일반 군인들이 뛰어 내리는 동안 군 장교들은 자살 절벽에서 뛰어 내렸다고 한다. 정상은 평화기념공원으로 꾸며져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한 비운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적군에게 잡혀 죽느니 차라리 자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여 절벽에서 뛰어내려 집단 자살을 한 곳이다. ‘만세 절벽’과 ‘자살 절벽‘을 바라보면서 위기의 순간에 취할 수 있는 것이 이런 방법 밖에는 없을까, “자살이 최후의 수단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군에게 맞아 죽는 것 보다는 내 손으로 죽겠다는 각오가 어떻게 생각하면 멋진 것 같지만 아니다. 분명코 자살이 최후의 좋은 수단은 아니다.

순간 수십 년 전에 부여의 낙화암에 갔던 생각이 떠올랐다. 부여 부소산성, 낙화암에 서서 백마강에 투신한 3천 궁녀들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660년 백제 의자왕 때 나당 연합군이 침공하자 백제의 3천 궁녀들이 낙화암으로 몰려와 60m 절벽에서 백마강으로 투신자살한 곳이다. 낙화암도 자살 절벽처럼 비운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낙화암에서 3천 궁녀들이 뛰어 내린 백마강을 내려다보면서 김정구 씨가 부른 ‘낙화삼천’을 흥얼거리며 불러보았다.

옛날부터 어려운 고난을 당하던지 위기에 처하면 절망하는 사람들이 삶을 포기하고 한강에 뛰어내려 자살을 했다. 그래서 한강변에 “잠깐만”이라는 팻말이 있었다고 한다. 잠깐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죽지 말라는 뜻이었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가 닥쳐도 해답은 있는 법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택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살이라는 부정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자살률도 OECD 국가 중에 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어려운 난관에 봉착한 유명 연예인들, 기업인들, 교육자들, 심지어는 부정한 돈 문제가 터지자 검찰의 수사를 받던 전직 대통령마저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말았다. 진정 어려운 난관에 부닥칠 때 선택해야 할 최후의 수단이 자살 밖에는 없는 것일까, 결코 아니다.

1960년대에 대학생 간에 유행되었던 은어 중에 ‘자살’을 “행복의 샘터“라고 불렀다. 자살하는 것이 행복한 일이라고 했다. 자살을 미화하며 죽을 때 어디서 죽으면 가장 행복할까 하면서 죽는 장소를 물색하다가 설악산 비룡폭포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여대생이 있었다. 어떤 이유로도 자살은 미화될 수 없는 것이다. 자살이 능사는 아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최후의 수단이 있다. 하나님 앞에 나아와 두 손을 들고 인간의 모든 수단방법을 포기하고 하나님을 의지하고 하나님께 맡겨 기도하는 것이다. 그러면 길이 열린다. 6.25사변 때 북한 괴뢰의 남침으로 우리나라 전역이 공산당에게 정복당하고 부산 일대만 남았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목사님들에게 부탁하여 함께 하나님께 국가의 위기 극복을 위하여 금식기도를 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응답으로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이 개시되어 잃었던 땅을 다시 탈환하게 된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행동은 자살이 아니라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기도하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자살 행위가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세 절벽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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