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그렇게 거슬리지 않는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엄밀히 말해서 기독교인이라고 할 수 없다. 기독교 신앙은 우리의 힘으로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게 하심으로 하고, 하나님께서 되게 하심으로 되는 것이다.
기독교는 반드시 ‘하나님의 계시’에 대한 ‘인간의 응답’의 형식으로 출발한다. 그러나 인간의 열정(passion)이 앞서다보면, 기본 형식이 뒤바뀌게 되는 실수를 하게 된다. 하나님의 이름을 부른다고 해서 반드시 그가 하나님을 사랑하거나 믿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헌금을 강요하거나, 예배당을 확장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증거는 될 수 없다.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과 오지 않은 것은 그 열매를 통해서 확인 할 수 있다. “오직 위로부터 난 지혜는 첫째 성결하고, 다음에 화평하고, 관용하고, 양순하며, 긍휼과 선한 열매가 가득하고, 편견과 거짓이 없나니…(약3:17).”
하나님께서 재능을 주시고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틀림이 없지만, 재능이 없어도 놀랍게 사용하시는 예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모세는 말에 ‘능’하지 못한 사람이었지만 하나님이 그의 입을 사용하시므로 바로 앞에 담대히 설 수 있었다. 바울은 지식과 말에 능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아덴에서 전도할 때 날마다 만나는 사람들과 변론을 하며, 에피쿠로스와 스토아 철학자들과 쟁론을 벌였다. 그러나 거기서 전도의 열매는 가장 미흡했다.
바울은 그 때의 그 일을 회상(回想)하며 이렇게 고백한다. “형제들아 내가 너희에게 나아가 하나님의 증거를 전할 때, 말과 지혜의 아름다운 것으로 아니하였나니, 내가 너희 중에서 예수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아니 하기로 작정하였음이라(고전2:1-2).” “내 말과 내 전도함이 설득력 있는 지혜의 말로 아니하고 다만 성령의 나타나심과 능력으로 하여 너희 믿음이 사람의 지혜에 있지 아니하고 다만 하나님의 능력에 있게 하였노라(고전2:4-5).”고 하였다.
고린도전서 4:20절에서는 “하나님의 나라는 말에 있지 아니하고 오직 능력에 있음이라.”고 하였다. 그렇다고 지식이나 말에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능을 하나님의 능력 보다 앞세우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재능도 하나님께서 쓰실 때, 오히려 큰 효과를 나타내는 도구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님의 능력을 의존하기 보다는 자신의 재능을 믿는 경향으로 기울어지기가 쉽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한다.
하나님은 전능하신 분으로서 마른막대기(지팡이)로 바다를 육지같이 건너게 하시고, 반석에서 샘물이 솟아나게 하였으며,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을 만드시는 하나님이시라고 하셨다(출14:16, 출17:6, 눅3:8下). 우리가 세상에서 똑똑하고 많은 재능을 가졌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이 쓰시기에 합당한 자로 준비되었느냐가 보다 더 중요하다.
전적으로 하나님만을 의지하고 사용하시도록 겸허한 마음과 순종의 마음을 준비해야 한다. 사실 그러한 준비마저도 우리의 힘이나 노력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주님이 그러한 마음을 가지도록 역사해 주셔야 한다. 하나님께 쓰임 받아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높임을 받게 될 때, 그 것은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주님이 하신 것이라’는 고백을 잊지 않는다. 그것을 자기의 업적이라고 이야기하며 은근히 어께에 힘을 주고 과시하는 자는 하나님이 하게 하심으로 한 자들이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하여 자신의 열정으로 그것을 이루어 낸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그 이룬 것에 집착이 너무 강한 나머지 스스로 내려놓지를 못하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자녀들에게 물려주거나, 마치 사유재산인 것처럼 함부로 손을 대는 참으로 불행한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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