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12월 25일에 일어났던 세계 제1차 대전 당시 자발적인 크리스마스 휴전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름답고 경이로웠던 크리스마스 휴전은 그 해 한 번으로 그치고 4년의 지루한 전쟁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2005년 독일 프랑스 영국 벨기에 등 다국적 영화 제작팀이 이 내용을 배경으로 하여 영화로 만들어 더욱 더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1914년 독일과 프랑스는 매우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계속되는 전투 속에서도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 덧 12월 25일 성탄절이 찾아 왔습니다. 그 해의 성탄절 전야에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유난히도 별들이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온 세상이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그 은혜의 성탄절 날 밤이었지만 전선에서는 독일군과 프랑스군이 서로 총칼을 겨누고 죽느냐, 죽이느냐, 살벌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병사들은 참호에 엎드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고향에서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성탄절을 보냈던 날들을 추억하며 흐뭇한 마음과 아쉬운 마음들이 교차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던 그들의 눈에는 어느새 진한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이 탄생하신 축복의 밤에 우리는 왜 싸워야 하는가? 인류는 왜 서로 죽이고, 죽여야 하는가? 그들은 추위와 슬픈 감회에 몸을 떨면서 적진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때였습니다. 춥고 축축한 참호 속에서도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며 양초를 켜고 자그마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 즐기던 독일군 진영에서 한 병사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고는 아름다운 테너의 목소리로 “오, 거룩한 밤” 이라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조심스럽게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오 거룩한 밤! 별들 반짝일 때 거룩한 주 탄생하신 밤일세. 오랫동안 죄악에 얽매여서 헤매던 죄인들을 놓으시려 우리를 위해 속죄하시려는 영광의 아침의 동이 터온다. 경배하라. 천사의 기쁜 소리. 오, 거룩한 밤! 주님 탄생하신 밤! 그 밤은 주 예수 나신 밤일세.”
이 찬송은 전선의 밤하늘에 은은하게 퍼지며 은혜롭게 메아리쳐 갔습니다. 처음에 깜짝 놀란 프랑스군은 총을 겨누었습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총을 쏘는 군인은 없었습니다. 드디어 독일군의 노래가 끝나자 조심스럽게 독일군 참호 속에서 불러진 성스러운 노랫소리에 프랑스군과 영국군이 박수로 환호했습니다. 그러자 노래를 불렀던 독일군의 테너 병사는 참호 밖으로 트리를 들고 나와 큰 소리로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영광이 둘린 밤 천군천사 나타나 기뻐 노래 불렀네”
이에 질세라 프랑스군의 진영에서도 한 병사가 일어나 훌륭한 바리톤의 목소리로 루터가 작사한 “하늘 위에서 땅으로 왔노라”를 힘차게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삼국의 군대 병사 모두의 합창으로 번져나갔습니다. 이렇게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캐럴이 불러지는 동안 독일군과 프랑스군 영국군은 자기네들이 총성과 포연으로 가득 찬 전선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습니다. 그들은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가 베푸시는 은혜로운 평화에 잠겨 있을 뿐이었습니다. 병사들은 참호 밖으로 나와 각국 언어로 크리스마스 인사를 합니다.

 “메리크리스마스!” “주 아유 노엘!”, “프뢸리히 베인아크텐!”
총을 내려놓은 손으로 서로 악수를 나누고 욕설을 퍼붓던 입으로 행복한 크리스마스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세계 제1차 대전으로 독일군과 프랑스군이 대치하던 서부전선의 그날은 인류 역사 5천년 전쟁역사에서 자발적인 크리스마스 휴전으로 특별한 날이 되었습니다. 
서울 도심에는 대형 트리가 세워지고 청계천변에는 어느 해보다 화려하고 커다란 빛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극장마다 ‘호두각기 인형’이 공연되고 백화점마다 선물 판매가 한창입니다. 구세군의 자선남비의 종소리도 여전합니다. 그런데도 11월 중순 때부터 매년 그렇게 요란하게 울려 퍼졌던 거리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이제 들리지 않습니다. 들리는 것은 강남아파트 가격이 얼마이고, 종합부동산세가 어떻고, 주가 상승, 환율 하락, 실물 경기 침체와 북 핵 폭탄 여러 개 제조, 핵무기 보유 기정사실화 등 재미없는 소리들뿐 입니다. 전쟁도 멈추게 한 크리스마스, 이 땅에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를 조용히 느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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