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들에게 돈은 ‘생명줄’(3)
사회주의체제의 공급시스템 마비는 북한주민들에게 곧바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실전에 부딪히게 하고 이 실전은 ‘돈’과 떼어놓을 수 없는 물질(북한에서의 자본주의 도입초기: 먹을 것의 부재)우선주의로 연결이 됩니다. 원래 사회전반의 시스템이 국가가 운영하는 구조였기때문에 개인이 상업주가 되어 운영되는 시장문화는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시장개념의(지금도 북한에서는 장마당 또는 시장이라고 부름)작은 장마당문화는 있었습니다. 이는 농촌에서 개인이 기르던 가축(염소, 양, 닭 등)이나 텃밭을 일구어 조금씩 얻은 채소를 갖고 나와 도시의 사람들이 사먹을 수 있도록 판매하는 아주 작은 소규모의 물물교환으로서의 장터 개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전문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거나 돈을 벌기 위한 짙은 자본주의적 개념은 아니었다는 것이죠. 그러나 90년대 중반이후 자동 발생적으로 생겨나고 또 증가세를 보이며 ‘시장문화’라는 오늘의 자리를 굳히게 된 북한의 장마당은 그야 말로 ‘생명부지’를 위한 시작이었고 과정이었고, 오늘날 북한경제의 큰 중심축을 이루는 거대한 경제시스템을 구축해낸 것이죠.

장마당이 생명줄이 되기까지
90년대 중반 이후 식량공급이 끊기면서 생계에 봉착한 북한 대부분의 주민들은 본능적으로 먹고 살기 위한 ‘생존전투’에 뛰어들게 됩니다. 너도 나도 산으로 가서 독만 없다면, 심지어 짐승이 먹던 풀이라 할지라도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다 뜯어 먹기 시작했고 여기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자기가 만들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 거리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무엇이든 만들어서 들고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사탕, 간장, 기름, 엿, 꽈배기, 두부밥, 두부, 국밥, 국수 등 헤아릴 수 없는 ‘즉석식품’들은 시장문화 즉 돈을 주고 사먹는다는 새로운 혁명을 일으킵니다. 그러다가 장마당에 쌀이 등장하고 옥수수(강냉이), 옥수수가루, 밀가루, 국수사리(마른 것)등의 식량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나온 쌀은 대부분 국내 안에서 생산된 쌀인데 일년에 한번씩 식량을 분배받는 농민들이 갖고나온 경우가 많았고 또 다른 지역(쌀 고장인 평안도나 황해도 같은 곳에 쌀 가격이 싸기에 식량 값이 비싼 북쪽-함경도, 량강도-으로 와서 비싼 가격에 팔죠.)에서 흘러들어오게 됩니다.
처음엔 배가 고픈 사람들이 많았기에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인기가 많았지만 동시에 식구들이 먹고 살아야겠기에(장마당에서 남긴 조금의 돈을 가지고 식량을 사서 물을 많이 붓고 죽을 쓴다거나, 풀을 많이 섞어서 양을 불려서 온 가족이 먹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식량이 인기품목 중에 하나였습니다. 결국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수산물을 가지고 쌀 고장으로 가서 식량과 바꾸어오면서 많은 이윤을 남김으로 물물교환의 장을 열게 되고, 음식업을 전문하던 사람들은 도매로 음식을 넘기는 도·소매업의 문을 엽니다. 여기에 중국과 한국이 수교하면서 중국상품이 대거 들어오면서 외제품의 등장으로 북한의 시장문화는 나날이 고급스러워지고 하루가 모르게 ‘시장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어가게 됩니다.
이런 시장문화에서 ‘돈’이 주는 맛과 매력에 북한주민들은 자연스럽게 길들여지게 되고 돈만이 ‘나와 내 가정’을 살린다는, 생존을 통해 배운 ‘철학’에 사로잡히게 된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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