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구하지 않는 기도를 어떻게 기도라고 할 수 있느냐? 고 반문할 수 있다. ‘기독교의 기도’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도란 ‘무엇을 구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의 기도는 ‘무엇을 구하는 차원’과 ‘아무것도 구하지 않는 차원’이 있다. 전자를 가리켜 ‘실용적 기도’, ‘주관적 기도’, ‘청원기도’라고 말한다. 후자를 가리켜 ‘객관적기도’, ‘존재론적 기도’, ‘관계의 기도’, ‘교제의 기도’ 라고 말한다.
기도는 크게 ‘무엇(what)’을 구하는 차원과, ‘누구(who)’를 구하는 차원으로 구분한다. ‘무엇’을 구하는 ‘기도’가 ‘실용적 기도’라면 ‘누구’를 구하는 ‘기도’는 ‘존재’를 위한 ‘기도’이다.
영성의 사람들은 ‘전자의 기도’ 보다는 ‘후자의 기도’를 전적으로 선호한다. 전자의 기도가 필요한 기도이기는 하지만, ‘영성(spirituality)’에 크게 도움이 되는 기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청원 기도’가 전적으로 잘못된 기도라는 말은 아니다. ‘청원 기도’ 역시 주님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기도임에 틀림없다. ‘일용할 양식’을 위해, ‘병이 낫기’를 위해, 기도 하라고 하였으며, 심지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고 하였다.
물론 정욕대로 쓰려고 구하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실용적 기도의 차원에만 머물다보면, ‘영성’이 빈약하기 때문에 반드시 정욕에 기울어지게 되어있다. ‘영성’이란 하나님의 ‘창조질서의 회복’이다. 웨슬리는 영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하나님 형상의 회복’이라고 하였다. 영성이란 종교적 행위나 윤리적 행위를 유발하는 정신적 구조를 말하기도 한다. 웨슬리는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 하라(마5:48).”는 주님의 명령을 근거로 해서 ‘도덕적 형상’의 100% 회복을 주장하였다. 이것이 곧 성결(그리스도인의 완전)이다.
오늘 한국교회의 부패와 타락은 ‘기도의 균형’을 상실한 데 커다란 ‘요인’이 있다. 즉 한국교회의 ‘영적 침체’는 ‘실용 일변도의 기도’ 때문이라는 말이다. 기도의 ‘균형’이 이루어질 때, 드디어 주님이 가르치신 기도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두 기도가 잘 ‘병행(竝行)’하는 신앙생활에 힘써야 한다. 기도의 일차적인 중요성은 하나님께 무엇을 얻어내는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하는 것이다. 메튜헨리(Matthew henry)는『기도의 방법』이라는 그의 역작에서 “기도란 하나님을 움직이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움직이게 하고 우리 자신을 강요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미국의 종교 심리학자 제임스 프레트(J. Pratte)는 기도를 ‘주관적 기도’와 ‘객관적 기도’로 구분하면서, 객관적 기도의 ‘초점’이 드리는 그분에게 맞추어 있다면, ‘주관적 기도’의 ‘초점’은 ‘자신’에게 맞추어져 있다고 하였다. ‘깊은 기도’는 아무것도 구하지 않는 기도이다. 영성의 사람들은 “구하기 전에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하나님 너희 아버지께서 아시느니라(마6:8, 32).”는 말씀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세상에 무엇을 구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다만 그분을 사랑하며, 기쁘시게 하며, 그분의 뜻을 행하기 원하는 마음으로 그 앞에 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무것도 구하지 않는 기도’이다. 이 기도는 성육신의 삶을 내면화 하면서 하나님과 더 깊은 관계로 나가는데 있다. ‘아무것도 구하지 않는 기도’는 ‘수동적 기도’로서, 하나님께서 이끌어 가시는 기도이다. 지금까지 내가 주장하고 행하여 오던 일을 '멈추(stop)'는 기도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내 자신 안에 있는 ‘의도’ 자체를 '멈추'는 기도이다.
‘아무것도 구하지 않는 기도’는 하나님 ‘성품’과 그의 하신 ‘일’에 초점을 맞추는 기도이다(출1:13, 시62:1). 이 기도를 하다보면 하나님과의 교제생활이 가능하고, 하나님께서 공급해 주시는 힘을 받아 살게 된다. ‘아무것도 구하지 않는 기도’는 전적으로 하나님만을 구하는 기도이기 때문에 하나님과 깊은 교제의 기도에 있어서 ‘무엇을 구하는 기도’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하나님은 이 땅에 정의를 물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는 세상이기를 원하신다. 하나님은 이것을 하나님의 백성들(교회)을 통하여 실현하기를 원하신다.
우리의 호흡보다 가까이 계시는 하나님과 중단 없이 교제하며, 그의 인도를 받을 때, 하나님의 평화와 정의 실현이 가능하며, 동시에 그것을 선포하는 증인으로서의 삶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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