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학대학교(총장 유석성 박사)는 지난 5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신대 존토마스홀에서 개교 100주년 기념 세계석학초청강연을 개최 했다. 이날 강사는 ‘희망의 신학자’로 널리 알려진 위르겐 몰트만 박사(Jrgen Moltmann, 튀빙겐대학교 명예교수·사진)가 맡았고, 통역은 김균진 박사(연세대학교 명예교수)가 맡았다. 그 중 첫째날 강의를 두 번째 연재한다.

c) 빈 곤
오늘날 세계 어디에나 편재하는 생명의 침해는 국민의 사회적 빈곤화에 있다. 공생은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 40년이 넘게 우리는 언제나 또 어느 곳에서나 - 독일은 물론 한국에서도 - 모든 정치적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의 사회적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탄식을 듣고 있다. 제3세계의 가난한 국가들에서 소수의 부유한 상류층이 가난한 다수의 군중을 지배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제1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도 백만장자의 관리직 수입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도움 사이의 간격은 기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단지 시민들의 자유에 기초할 뿐 아니라, 그들의 평등에 기초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유의해야 한다. 삶의 기회에 있어 사회적 정의와 생활환경의 적절한 균형이 없을 때, 한 사회의 공공복리와 그에 따른 사회적 단결은 소멸한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민주주의 혁명이 일어난 이래로,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평등 사이의 균형은 국가가 감당해야 할 첫 번째 정치적 과제이다. 자유 없는 평등은 공산주의 국가들의 국가 사회주의로 발전하였다. 국가 사회주의는 1990년 좌초되었다.
그 반면 오늘의 평등 없는 자유는 모든 사회의 공공복리를 파괴하는, 민주주의에 적대적인 악성 자본주의로 유도한다. 형제애(Br?derlichkeit) 없이 자유와 평등 사이의 균형은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사회적 급경사 지대에서 살아가고 있다. 현대의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승자는 사회적 사다리 위로 올라가고, 패자는 아래로 내려간다. 자신의 실존에 대한 불안은 양자를 모두 괴롭히는데, 먼저 패자가 괴로움을 당하지만, 승자도 괴로움을 당한다. 그러나 불안은 생명력이 아니라 죽음의 위협이다. 이 경우에 그것은 사회적 죽음의 위협이다.

2. 하나님의 사랑의 신학

우리 인간이 사랑이라 일컫는 모든 것은 하나님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 세상에서 우리 인간이 경험하는 사랑의 결핍은, 하나님의 결핍이다. 하나님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 사랑은 아주 독특한 하나님 경험이다. 세계의 어떤 다른 종교도 기독교만큼 신의 존재를 사랑과 동일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하나님을 사랑에 대한 생명의 경험과 결합시킬 수 있는가? 하나님은 높으시다. 모든 사람은 이것을 이해한다. 하나님은 거룩하다. 그것은 자명적으로 이해된다. 하나님은 인간에 의해 파악될 수 없다. 모든 사람에게 이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왜 하나님은 사랑과 관계되어야 하는가? 지진과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를 고려할 때, 혹은 인류의 역사에 일어난 끔찍한 전쟁들을 고려할 때, 모든 것을 인도하는 하나님이 존재하며 이 하나님이 사랑이라고 과연 누가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하나님 부재(Gottlosigkeit)와 현세의 삶에 대한 멸시는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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