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들에게 돈은 ‘생명줄’(2)
‘언제 굶어죽을지 모르는 공포감’이라는 말조차 피부로 와닿지 않는, 먹거리의 풍요함속에 사는 현재 대한민국의 대부분 국민들에게 글로써 북한의 실상을 알린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난 호에 이어 자본주의 국가가 아니었던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서 어떻게 돈이 생명줄이 될 수밖에 없게 되었는지 그 과정과 배경을 이번호에서 나누려고 합니다.
 
돈이 생명줄로 된 배경
90년대 중반 이전, 소위 정상적인 시스템이 가동되던 북한에서의 일반 노동자들과 농민들 즉, 주민들이 살던 방식은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도시에서 사는 노동자들은 한달에 두 번씩 즉 보름에 한번씩 회사(공장)에서 제공되는 배급표를 가지고 ‘식량공급소’(배급소)에 가서 배급표에 따른 정량만큼 식량을 공급받았습니다. 배급표는 출근한 날짜에 따라 지급이 되며 결근을 하게 되면 그만큼 배급표의 양도 줄어들게 되는데 한 가구에서 가장이 출근을 하게 되면 전업주부(부양)로 있는 아내의 식량도(1인당 하루 배급량 : 평균 300g) 자동 공급되고, 자녀들의 식량도 나이에 따라 자동적으로 따라 나왔습니다. 때문에 아버지가 출근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서 가족이 먹고사는 배급이 결정되기 때문에 가장의 출근 여부는 아주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농촌에서 사는 농민들 역시 출근한 날짜만큼 일 년에 한 번씩 분배(1년치 식량을 한번에 받음)받아서 1년간 알아서 조절하여 먹는 방식으로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체적인 배급제도가 90년대 중반 전후로 지연되고, 미뤄지고 하면서 사람들은 급기야 먹거리를 찾아 산으로 들로, 친척집으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식량만 배급되었던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배급(공급)시스템이었습니다. 그래서 식료품과 관련된 간장, 된장, 기름, 부식물 등과 같은 것들도 명절 때 또는 한 달에 한 번, 두 번씩 한 가구당 지정된 양이 있어 배급이 되었는데, 이런 식료품을 배급해주는 상점을 ‘식료품상점’이라 했으며 그 외에 생활에 필요한 필수품 등은 ‘공업품상점’에서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인민학교(초등학교), 중학교(중학교, 고등학교)의 개학때가 되면 공업품상점에서는 교복과 학용품이 공급이 되고 의류, 신발, 비누, 치약, 칫솔 등과 같은 것들이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과일철이 되면 ‘과일남새상점’에서 각종 과일을 팔기도 하며 ‘수산물상점’에서는 해산물과 같은 것들을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배급위주였지만 모든 품목이 다 배급으로만 공급되었던 것은 아니고 ‘국전가격’이라는 국가에서 매겨놓은 상품가격에 따라 생활에 필요한 필수품을 사는 방식으로 운영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운영되던 북한의 도시와 농촌의 배급시스템은 식량배급이 중단되기 시작하면서 모든 분야가 마비되기 시작했고 상점은 텅텅 비게 됩니다. 결국 먹을 식량이 없어 배가 고파 도저히 직장에 나갈 수 없고 일할 수 없는 노동자들과 특히 집에서 남편의 직장 출근으로 대부분 생활을 유지해가던 주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시작이 오늘날 북한의 ‘시장경제’의 기초를 놓을 수 있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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