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는 하나님께 소명을 받은 자로서 하나님의 일을 하는 청지기다. 따라서 목회자는 교회를 개척하고, 교회를 자립시키며, 교회를 성장시켜야 할 숙제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자다. 지난주에 이어 교회와 관련하여 목회자를 이해해 보자.
열째, 목회자는 아무 일이 없어도 무척 바쁜 자다. 목회자는 맡은 영혼의 다소에 관계없이 일정한 사역을 해야 한다. 그것은 경건과 연관된 영적인 일이다. 자신을 관리하고 타인을 구원하기 위하여 이른 아침부터 기도로 시작하여 낮에는 전도하며 밤에는 성경을 연구하고 책을 읽는 일이다. 만약 앞의 글을 읽고 웃음이 나왔거나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더 나아가 목회자에게 있어서 극히 기본적인 이 일이 가볍게 여겨지거나 등한시되어진다면 이미 그 목회자는 다른 일에 바쁜 자가 된 것이다.
목회자는 어떤 상황이나 여건, 어떤 때나 어떤 장소에서도 성무일과(필자의 정의 : 거룩한 일로 한 주간의 사역을 계획해 놓은 것)에 충실해야 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자신의 능력에 따라 구체적인 사역을 요일별로 구분하여 계획한 후 그 시간계획표에 따라 실천하면 목회자는 창조적으로 분주하게 사역할 수 있다. 많은 경우 이유 없이 바쁜 목회자가 있다. 대부분은 사람을 만나거나 목회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여러 가지 모임에 쫓아다니는 것이다. 많은 시간을 허공을 치는 일에 허송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아마도 그런 모든 모임의 참석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정욕적 반응이 아닐까 싶다.
물론 모든 모임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바울의 말처럼,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내게 아무리 흥미와 재미를 주고 만족을 주는 모임이라 할지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휩쓸리지 않는 결단과 용단이 있어야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일에 분주할 수 있는 것이다. 목회자는 좀처럼 누구의 간섭을 받기는 쉽지 않다. 타인이 접근하지도 않으며 스스로도 간섭받는 일이 자연스럽지 않은 편이다. 그러므로 오직 성령 안에서 스스로의 지혜로운 판단으로 헤져나가야 한다. 결코 목회자는 한가해서도 안 된다. 충전을 위한 쉼과 여가선용은 필요하고 가능한 것이지만 계획적인 사역의 몸부림 없이 게으름과 나태함 속에 자주 찾아오는 한가로움은 목회자의 또 다른 범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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