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성골이고 아무개는 진골이니 핏대를 세우면서 목사나 장로의 자녀가 아닌 개골들이 모여서 개골개골 자신의 처한 상황을 한탄하면서 쓰디쓴 블랙커피를 홀짝거리던 신학교 시절이 엊그제만 같다.
 개골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우리집 개 이야기 좀 해야겠다. 열 한 살로 이름은 기독교인이라면 초등학생들도, 아니 비기독교인들 까지도 익히 알고 있는 “아브라함” 이다. 이름에 걸맞게 찬양은 물론이거니와 요즘 들어서는 기도까지 따라서 함께하는 신견이다. 오리사냥개로 잉글리쉬 코카스파니엘인 이 종은 등치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다보니 잡종 진돗개들을 비롯해서 제법 등치가 있는 똥개들까지도 6개월도 채 안된 것들이 11년째인 아브라함을 힘으로 압도해 버린다. 아무리 개판이라지만 오랜 세월 정을 나눈 반려자가 새파란 애송이들이 심술부리는 힘의 폭거 앞에 유린당하는 것을 목도하는 순간엔 그만 피가 거꾸로 솟아올라 뭇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동네방네 떠나갈듯 소리를 버럭 질러 일방적으로 당하는 싸움을 말려놓기 일쑤다.
분할 지방회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3년이라는 세월동안 전국을 누비다시피 하면서 총회임원회가 열린 곳은 청주, 전주, 원주, 할 것 없이 어디든지 찾아 나섰다. 애당초 당사자들 간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제 삼자의 개입으로 풀어보려는 의도 자체가 잘못된 선택으로 일을 더욱 꼬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음을 간과하지 않은 바이다. 상하좌우지간 제 105년차 총회 첫 날 분할 지방회 승인 문제를 놓고 길고 힘들었던 줄다리기를 끝내고 합의를 도출 해 내는 과정에서도, 또 한 번 격랑의 정치적 소용돌이에 요동쳐 분할지방회가 고무줄처럼 늘어지고 엿장수 맘대로 엿 판이 벌어진 마당에 다 헤진 고무신 한쪽 달랑 들고 엿장수에게 찾아가 엿바꿔 먹던 장터에도 더 이상 목사는 없었다.
나는 냉장고에 방치된 식빵이나 우유가 유통기한을 훌쩍 넘겨버린 사실을 확인하고도 때로는 아까워서 그런 음식들을 꾸역꾸역 억지로 먹어치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흔히 말하는 일부 정치 장로라고 하는 분들도 나와 같은 마음은 아닐까? 일면 수긍이 가기도 한다. 이리저리 제멋대로 널브러져 있는, 유통기한이 지나도록 방치해둔 까닭에 엉망진창이 된 교단행정, 인맥 중심의 편협한 정치세력화로 인한 필연적인 부패 고리로 고착되어 또 다른 부정과 부패를 양산하는 확대 재생산의 먹이사슬을 손 놓고 우두커니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을 게다.
처음엔 순수 그 자체였음을 전혀 의심치 않는다. 왜냐하면 타교단과 달리 아직도 우리 교단의 장로를 비롯한 평신도들은 순종과 충성에 있어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위대한 신앙의 유산을 간직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마냥 버려져가는 것이 아까워서 일정부분 자신이 탈 날 것을 감수해 가면서라도 손을 델 수밖에 없었던 것이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전문화되고 집단화되어 정치세력화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자문자답해 본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탓하기에 앞서 목회자 스스로의 리더십을 되돌아 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리더십이란 흔히 말하는 신앙, 도덕, 권력 등 인문사회학적 접근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것에 국한시키고자 한다. 국가적으로도 총선과 대선, 교계적으로는 한기총선거, 교단적으로는 정기 지방회와 106년차 총회,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을 맞이한 셈이다. 정치의 계절을 맞이하여 일침을 고하고자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작은 교회 목회자”
할 수만 있으면 당회가 조직되지 않을 정도의 지극히 작은 교회 사역자들에게 교단과 교계의 행정과 정치를 맡기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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