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설교를 듣다보면 우리말 성경만으로 설교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지 가끔 목회자들이 성경이 원래 쓰인 원어를 인용하여 뜻을 풀이해 주기도 하고, 더 많은 경우 영어성경을 인용하는 것을 듣는다. 그때마다 두 가지 반응이 듣는 자의 입장에서 느껴진다. 첫째로 성경번역이 참으로 어려운 과업이구나 하는 것과 둘째로 다 같은 번역판인데 왜 영어성경은 더 정확하게 번역된 것으로 이해를 하고 목회자들이 즐겨 인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말 성경은 잘못 번역된 부분이 많은가 라는 의문과 기독교계에서도 판을 치는 영어지상주의 앞에 씁쓸한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어를 모르는 성도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영어를 전공한 성도가 들었을 때 잘못된 발음을 구사하여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지 않는가.
우리나라 목회자들이 설교시간에 영어성경을 인용하는 것을 하나님께서는 어떻게 보실까하고 생각해 보기도 했다. 우리 신앙의 선진들은 ‘쪽 복음’을 갖고도 얼마나 은혜로운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없다. 맨 처음 우리말 성경이 번역될 때 성령께서 함께 하셔서 얼마든지 하나님의 뜻이 반영되게 하셨다고 굳게 믿는다. 선교사들이 한국인들의 도움을 받아 번역한 첫 한글본 성경이니 말이다. 그 성경을 읽고 구원받아 순교자도 되고 믿음의 용사가 되어 우리들의 선구자가 많이 되신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영어열풍이 지나치다 못해 우리나라가 미국의 쉰 한 번째 주가 되어가고 있나 싶을 만큼 남녀노소가 영어정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독교 신문을 보면 영어설교를 쉽게 정복할 수 있고 그렇게 설교할 수 있다고 하는 광고도 많이 나오고 있다. 영어 사용 국가로 파송되는 선교사들에게는 영어설교정복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옛날 이성봉, 박제봉, 김응조, 최정원, 손양원, 한경직, 김준곤 목사님들이 설교하실 때 영어 한마디 안하셨어도 얼마든지 하나님 말씀을 잘 풀이해 주셨고 우리 믿음이 더 견고해진 것을 생각할 때 답답한 마음이 든다. 왜 요즘 목회자들은 갑자기 영어성경을 인용해야 훌륭한 설교가 되는 양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또는 자기의 영어실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느껴지기도 하여 마음이 아프다.
하나님께서 각 민족에게 다른 언어를 허락하신 뜻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에게 주신 개역개정판 성경도 얼마나 훌륭한 번역판인지 알 수 없다. 다만 한글로 썼어도 한문용어인 경우 이를 이해하기 쉽게 한자(漢子)로 병기(倂記)하고 설교자가 그 뜻을 해석해 주는 친절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회개”의 뜻을 정확하게 모르는 신자가 “회계”와 같은 뜻인 줄 착각하여 말과 글을 그렇게 쓰기도 한다. 또 “외식”도 한자인 “外食”과 “外飾”을 구별할 수 있도록 스크린에 자막을 띄워서라도 확실하게 가르쳐주는 친절한 설교가 그립다. 목회자들이 조금만 더 성의를 가지면 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예수님이 “너희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아” 할 때 이 “외식”도 영어로 “hypocrites”란 말을 쓰는 목회자가 나올지 모르겠다. 그리고 “등불을 켜서 말 아래 두지 않고 등경위에 두나니”를 설명할 때도 “말”의 뜻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영어로 “bowl”이라고 설명하는 한국 목회자들이 나올까봐 염려가 된다. 우리말 성경에 쓰이는 이 “말”은 순수한 우리 한글이지만 요새 우리 생활에서 전혀 쓰이지 않고 있으니 반드시 시청각적으로 설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말”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목회자들이 없는 것이 참으로 슬프다. 이 단어만은 필자도 영어성경을 찾아보고서야 뜻을 알았으니 말이다. 우리 한국어 단어의 대부분이 한자어이기 때문에 반드시 한자를 중시해야 하고 그 뜻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여기에 한글전용주의자들이 우리나라 문화에 큰 죄를 저지른 것은 입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생각한다. 이런 주장 때문에 “役使”도 할 수 없이 history로 이해될 것이 염려돼 필자가 “사역”이라고 거꾸로 쓴 것이 요즘엔 오히려 보화가 됐으니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말은 드디어 개역개정판 고린도전서 12장 6절에 쓰였다. 개정판에서는 “직능(職能)”이라 한 것을 지금 개역개정판에서는 “사역(使役)”이라고 쓰고 있다.
폐일언하고, 젊은이들은 영어성경인용에 호감을 가질 수도 있겠으나 노장층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괴로움이 없잖아 있음을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심정이다. 요새 목회자들도 옛날 훌륭한 목사님들처럼 외래어를 쓰지 않고도 훌륭한 설교로 감동 감화주실 것을 간절히 비는 마음이 비단 이 필자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이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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