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에는 자리 이동이 많이 있다. 옛날에는 셋방살이를 하면서 이사를 많이 다녀서 이사하는 것이 지겨웠다. 그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자리 이동이 있다. 계장이 과장이 되고, 과장이 부장이 되고 국장이 되면서 자리를 이동한다. 그러나 높은 자리에서 목에 힘을 주다보면 나중에는 퇴직을 강요하면서 대기발령을 시켜놓고 앉을 책상과 의자도 주지 않아서 곤욕을 치루는 경우도 있다.
나도 최근에 자리 이동을 했다. 46년간의 목회생활을 청산하고 은퇴를 했다. 강단에서 평신도의 자리로, 말씀을 전하는 자리에서 말씀을 듣는 자리로, 말씀을 가르치는 자리에서 말씀을 배우는 자리로 이동을 했다. 자리를 이동해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자리를 이동하는 것이 자연적인 현상임에도 쉽게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은퇴하신 목사님들의 말씀을 많이 들어왔다. 은퇴하고 자리를 이동하는 것에 많은 고통이 있다는 것도 들어 보았다.
그러나 한편 나는 새벽기도회에서 후임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자리도 복된 자리다. 마리아가 예수님 곁에 붙어 앉아 말씀을 들을 때 예수님이 얼마나 좋아 하셨는가, 음식을 준비하는 마르다 보다도 더 좋은 편을 선택했다고 칭찬하지 않으셨는가. 겸손한 자세로 앉아 있으면 마리아처럼 큰 은혜를 받는 자리임을 강하게 느꼈다.
예수님은 성탄계절에 하늘 보좌를 떠나 죄 많은 이 세상에 오셨고, 그것도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닌 말구유간에서 탄생하셨다. 하늘 보좌에서 더 내려갈 수 없는 낮고 천한 자리로 자리를 옮기셨다. 나는 목회를 다 마치고 자리를 옮기는 것이지만 예수님은 온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구세주로 자리를 옮기셨다. 예수님의 자리 이동과 나의 자리 이동과 비교해 보니 예수의 탄생에 더욱 머리를 숙이며 경배하고 싶어진다. 과거 어느 성탄절보다도 이번 성탄절은 더욱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싶다.
나는 모든 목회생활을 마치고 이제는 편히 설 수 있는 자리로 옮겼는데도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런데 예수님은 온 인류의 구원사역을 이루시기 위하여 최고의 낮은 곳으로 오셨다. 그리고 모진 고난을 받으시고 마침내는 십자가를 지시고 희생제물이 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자리 이동에 마음 아파하지 않으시고 기쁨으로 오셨고 섬김의 자리를 지키셨다.
예수님과 나를 비교해 보니 예수님을 닮으려면 아직 멀었다. 그러기에 나는 은퇴 이후에 더욱 예수님을 닮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예수님도 이 세상에 계실 때 외로운 적이 있으셨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하시더라”(마 8:20)
그리고 예수님이 예루셀렘 성에 입성하실 때 사람들은 모두 종려나무를 흔들며 ‘호산나!’를 외치며 예수를 환영하더니 나중에는 예수님이 어려움을 당하시고 로마병정에게 붙잡혀 가시자 예수님의 곁을 떠났다. 그러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도 떠나려느냐?”며 안타까워 하신 장면이 성경에 소개되고 있다. 군중들은 나중에 예수님을 십자가에 목 박으라고 소리치기까지 했으니 예수님의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그러나 하늘나라에서 이 세상으로 자리를 이동하신 예수님은 어떤 경우에서도 흔들림이 없이 찬미하며 사명을 잘 감당하셨다. 성탄절을 맞이하면서 하나님 보좌 우편에서 베들레헴 말구유간으로 자리를 이동하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나의 부족함을 더 더욱 느껴본다. 그러기에 이제는 사역보다도 하나님의 사람으로서의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 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하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지금 이동한 자리에서도 주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인생 승리자가 되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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