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선고된 미국 흑인 사형수 트로이 데이비스가 지난달 22일 조지아주 교도소에서 끝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자 데이비스 구명에 앞장섰던 국제사면위원회(엠네스티 인터네셔널) 등이 그의 사형 집행을 계기로 사형제도 폐지운동에 관한 논란이 일게 되었다.
지난 1989년 경찰을 권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데이비스는 지난 22년 동안 줄곧 결백을 주장했으며, 사형집행 전 연방대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내기도 했다. 데이비스는 재판과정에서 유죄를 주장했던 목격자들이 말을 바꾸고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포함한 저명인사들이 사면을 호소하며 형집행이 3차례나 연기되기도 했지만 사면 청원이 최종 기각되면서 결국 사형에 처해졌다.
데이비스는 마지막 순간까지 유족들을 향해 자신은 결백하다고 말하며 “사망한 경찰관을 죽인 진범에게는 자비를 베풀어 달라. 사건의 진실을 밝혀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엠네스티는 미국의 사형집행 제도를 종식시키기 위한 국민 서명운동에 착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신창원 조두순 사건 등 흉악범죄로 인해 사회적 논란이 있을 때마다 사형제를 둘러싼 논란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이에 대한 의견이 양 극단적으로 갈리어 지금까지 대립해 오고 있는 상황에 있다.
올해 10월 10일은 9번째 맞는 사형폐지의 날이다. 또한 지난 9월 8일은 대한민국에서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지 5천일이 되는 날이었다. 대한민국이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2008년 통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138개국이 법적·실질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하였고, 59개국만이 사형제를 존치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은 ‘사실상 사형폐지국’이지 완전히 사형제도를 법률적으로 폐지하지 않은 나라이다. 이에 따라 여전히 흉악범죄나 강력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감정적으로 사형집행에 대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민일반의 법감정 등이 여전히 사형의 효율성을 긍정하는 근거가 되며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사형폐지가 시기상조라는 의견 등이 사형존치의 기본적인 논거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지난 5천일동안 사형집행을 중단하며 사회적으로 많은 논의와 공론화를 통해 국민일반의 사형폐지에 대한 의견이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전반의 인권과 생명에 대한 존중의식의 확장과 더불어 사형이외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사회와 국가라는 집단 및 조직이 있다 하여도 사람의 생명은 법과 질서를 가지고 논할 수 없는 가치라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일반적인 상식으로 뿌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흉악범의 죄는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아무리 흉악한 범죄라 해도 그 처벌을 생명을 앗는 것으로 대신할 수 없다는 의견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에 대해 이광호 목사(고신대학교 교수)는 “사형제도는 기독교 윤리적 측면에서 온당한 제도가 아니다. 성경은 일반국가에서 사형제도를 두는데 그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 인간의 생명은 생명을 부여한 하나님만이 거둘 수 있다. 인간의 어떠한 개별적 판단이나 국가조직도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이제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아니라, 법적으로도 사형제도를 폐지하여, 사형제도 폐지의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형집행이 이루어지는 아시아에서 인권국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김영주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희회 총무)는 지난 9월 8일 사형집행 중단 5천일 기념행사에 참석해 “현재 사형폐지법안이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그 법안이 통과되어 사실상 폐지국이 아니라 법률상 사형 폐지국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 가노라”(빌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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