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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155마일에는 철조망이 처 있다. 적군의 침투를 확인하기 위하여 철조망에 돌멩이가 일정한 간격으로 끼어있다. 보초병이 일정한 시간에 점검을 하며 지나간다. 철조망은 남과 북을 갈라놓았고, 공산주의와 자유 민주주의를 갈라놓았다. 철조망 양편에서는 이산가족들이 남과 북을 바라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뻔히 바라보면서도 가지 못하도록 막아 놓은 야속한 철조망. 보초병들의 뇌리에 길이 남을 정든 철조망, 반세기를 넘기면서 아픔의 전쟁역사를 가슴에 품고 있는 녹슨 철조망.
그 철조망 위에 앉아있는 때까치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때까치는 DMZ 155마일 휴전선에 숨겨있는 분단의 아픔을 알고 있을까? 치열한 동족상잔의 전투 속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진 젊은이들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까? 생각하기도 싫은 동족이 서로 싸우는 인간의 미련함을 비웃고 있지는 않을까.
그러나 때까치는 다시 꿈꾸는 땅 DMZ, 폐허가 되었어도 죽지 않은 살아있는 DMZ를 보여주고 있다. 생명과 평화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난 DMZ, 이곳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을 역사 속으로 여행을 하게한다. 전쟁의 참혹한 역사가 진행되고 온 땅이 폐허가 되고 죽음의 땅 같아도 생명은 살아있다. 모든 사건은 새역사를 창조한다. 전쟁터에서 죽으면 끝장이지만 살아남으면 신나는 이야기꺼리가 된다. 그래서 전쟁의 무용담은 듣는 이의 귀를 즐겁게 하고 무용담을 말하는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한다.
때까치는 울 때 ‘키키키키키키’ 하고 운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재미가 있어 웃을 때를 표현할 때 ㅋㅋㅋㅋ 라는 글씨를 쓴다. 때까치가 겉으로는 울면서 속으로는 인간들의 어리석은 모습을 보면서 웃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들아! 무엇 때문에 동족끼리 피 흘리며 싸우느냐? 남는 것이 무엇이냐? 왜 남을 죽이느냐? 식인종들은 먹으려고 사람을 죽이지만 너희들은 사람을 잡아먹지도 않으면서 왜 죽이느냐? 정말로 너희들은 웃기는 놈들이구나, 키키키키키키” 때까치가 우리를 비웃는 듯하다.
녹슨 철조망은 무생물, 때까치는 생물체, 무생물과 생물의 조화, 저 때까치는 비 오듯 날아오는 총탄을 피하여 살아남은 새일까? 아니면 전쟁이 끝나고 평온을 되찾은 후에 날아와서 앉은 새일까? 녹이 슬은 철조망은 반세기의 전쟁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전쟁역사책이라고나 할까, 녹슨 철조망을 보면 당시 전쟁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아주 생생하게…….
한국전쟁이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휴전되고, 155마일 철조망이 쳐진지도 어느새 반세기가 지났다. 전쟁과 대립, 분단의 상징인 이 녹슨 철조망이 온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빨리 사라지기를 온 국민이 소원하며 통일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파주시가 지리적 특성을 활용하여 안보관광상품으로 개발한 'DMZ 녹쓸은 철조망'이 외국인들뿐만 아니라 내국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주한미군들은 남한에서의 기념품으로 비무장지대의 철조망 조각을 가장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진각, 통일전망대, 판문점, 도라산 전망대, 제3땅굴 등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참으로 서글픈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 철조망 조각을 보면서 하루속히 DMZ가 화해와 협력의 장소로 이용되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때까치도 통일을 기원하면서 녹슨 철조망에 앉아있는지도 모른다. “주여! 이 민족이 하나되게 하옵소서!”
“나는 세상에 더 있지 아니하오나 저희는 세상에 있사옵고 나는 아버지께로 가옵나니 거룩하신 아버지여 내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저희를 보전하사 우리와 같이 저희도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요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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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환 목사의 목회에세이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