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후퇴 시에 어머니를 잃은 것은 나의 생애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어머니는 성품이 온유하고 매사에 합리적이었다. 나의 아버지는 어느 정도 사업에 성공하자 4촌 6촌 동생들까지 지방에서 다 서울로 불러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게 하고 야간에는 가까운 중·고등학교에서 공부하게 했다. 식사시간에는 종을 치고 약 20명이 모여 식사를 했다. 식구가 많으니 항상 문제가 생겼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그들 사이에 화해자가 되어 대 식구는 항상 평안했다.

 

나는 소위 모태신앙인이었다. 어머니 등에 업혀 공덕감리교회에 나갔다. 주일학교에서는 해마다 많은 상을 탔다. 그러나 나의 신앙은 매우 형식적이었다. 그러던 중 나와 함께 서울에 온 친구의 인도로 가까운 곳의 한 성결교회에 인도되었다. 나는 거기서 소위 성결교회의    복음을 맛보았다. 중생 성결 신유 재림을 강조하는 목사님에게서 은혜를 받고 새벽기도부터 나가는 열정적 신자가 되었다.

 

서울에 가서 국가에서 시행하는 중학교 입학시험이 멘탈 테스트 형식으로 출제되었는데, 마포구에서 1등 성적으로 446점이었다. 그 성적을 가지고 서울중학교에 지원했다. 교복이 독특하여 많은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나는 어느 사이에 열심히 통성기도 하는 성결교회에 열광적 신자가 되어 친구들을 많이 전도했고 학생회장이 되었다. 하루는 기찻길 위에서 신방 가시는 목사님 권사님을 붙들고 전도했다.

 

목사님은 감동을 받아 “학생이 나가는 교회 학생예배에 가서 설교하게 해주게”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당시 외국에서 예배학을 전공하신 김동수 목사님을 토요일 학생예배에 초청했다. 그 때 목사님은 ‘내가 만일 예수님이라면’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온 유명한 ‘By His Steps'라는 책을 거의 그대로 설교하셨다. 나는 그때 받은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어느날 나는 교회 기도실에서 비에 젖어 거의 못쓰게 된 소책자를 발견했다. 그것은 일본의 우찌무라 간조의 책, 구안록이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그 어디에도 평안이 없어 신학교에 안착했는데, 마귀는 신학교의 벽돌 건물을 뚫고 들어와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한 인간이 참된 평안을 얻기 위해 치열한 고투를 벌이는 데 나는 감동 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 책은 나를 서울신대에 입학하게 했다. 신학교 1학년 때 박재호 선생이 음악을 가르쳤는데 그 때 우리는 남성합창단(1학년 전원)을 구성하여 중앙교회에서 발표회를 했다.

 

그 중에서도 지금의 곡이 아닌 박재호 선생 작곡의 찬송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를 부르다가 나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온 몸이 성령의 뜨거운 불에 전율했다. ‘존귀 영광 모든 권세 주님 홀로 받으시고, 멸시 천대 십자가는 제가 지고 가오리다’ 장엄한 남성합창의 화음에 나는 압도되었다.

 

그 후 나는 우찌무라의 글을 좋아하게 되었고, 등록금이 없어 밤 12시면 강당에 내려가 기도했다. 하나님은 내 기도를 들으시고 도서관의 학생사서로 일하게 하시고 등록금이 해결되었다. 그런데 김응조 교수님은 한 강의 시간에 “함석헌은 마귀 새끼고 우찌무라는 마귀 할아버지다”고 하셨다. 그날 이후 나는 더욱 도서관에서 광범위하게 책을 빌려 읽었다. 그 후 나의 지적 순례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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