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 전투  

북한사람들에게 6.25전쟁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전투는 월미도 전투이다. 나는 북한에 있을 때 언젠가 남한에 가면 월미도를 꼭 가봐야지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만큼 월미도는 북한 사람들에게 유명한 섬이다.

당연히 남한사람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남한에 도착해서 무엇보다도 월미도 섬에 대해 먼저 물어봤다. 관광지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은 간혹 있었지만 거기에서 유명한 전투가 있었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남한사람이 잘 모르는 월미도는 북한에서 영웅의 섬으로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섬이다.

단 한 개 중대의 병력으로 적의 대규모 상륙을 3일간이나 저지하고 인민군의 전략적 후퇴를 성과적으로 보장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이것을 소재로 만든 월미도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아주 유명해서 영화가 나오자 곧바로 공장기업소들에서는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살자는 실효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실효투쟁이란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일을 벌인다는 뜻을 가진 말로서 문예작품 특히 영화감상 및 학습을 통해 배우고 느낀 것을 생활에 반영되도록 하는 주민사상교육이다. 북한사람이면 누구나 몇 번씩은 이 영화를 보았을 것이다.

‘영화에 나오는 꽃다운 영옥이가 부르는 봄이면 사과 꽃이 하얗게 피어나고’ 라고 부르는 노래는 죽더라도 아름다운 우리의 조국을 수호해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를 가지게 했다.

하지만 남한에 와서 나는 인천상륙작전을 듣고 북한에서 말하는 월미도전투는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월미도 전투’라는 말조차 없다.

당시 월미도에는 해안포 1개 중대와 보병 1개 중대가 주둔하고 있었고 그것도 대다수가 의용군으로 입대한 남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월미도 해안포중대는 삼분의 일이 일찌감치 항복해 버렸고 병력의 다수는 동굴 속에서 제대로 저항도 못해보고 다 매몰당하여 섬멸됐다고 한다. 3일이 아니라 단 수십 분 만에 섬은 완전히 점령당했다. 월미도에서 미 해병대가 입은 손실은 전사자 1명에 부상자는 열일곱 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미 해군 구축함 3척을 포함해 13척을 격침 격파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전쟁사에 길이 남은 전투라며 3일간이나 적의 상륙을 막아냈다고 치하하는 김일성의 교시도 버젓이 나온다. 어쩌면 이렇게 2천만 북한주민들을 눈썹하나 까딱 안하고 속일 수 있을 까?

북한의 주민들은 누구나 월미도를 영웅의 섬으로 여기고 있다. 북한의 영화나 매체들에서는 항상 ‘월미도 영웅들처럼 살며 싸우자’라고 선전하고 있고 공장기업소들에는 영웅중대장을 그린 포스터들이 나붙어있다. 생활총화를 하거나 청년모임을 할 때면 월미도 영웅들처럼 살겠다고 외친다. 그때의 생각을 하니 전쟁기념관에서 본 월미도에서 방치되어있던 인민군전사들의 시체가 서로 엇갈려 떠올랐다. 전쟁은 참혹했지만 더 참혹한 것은 전쟁의 사실을 가지고 왜곡하면서 사람들에게 거짓 영웅심과 증오를 가지게 했다는 것이다.

월미도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리진우 작가는 후에 6.25전쟁 비밀을 누설했다는 죄명으로 총살됐다고 한다. 진실을 알고도 거짓으로 김일성의 비위를 맞춘 그 작가는 죽는 순간에 과연 무엇을 생각했을까? 그 거짓으로 똘똘 감싸진 북한주민들을 하나하나 풀려면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할까?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 거짓을 풀어야만 한다. 그 거짓을 먼저 안 우리 탈북자들이, 또 남한사람들이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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