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결혼문화(3)

북한에서는 사회의 기층생활 단위인 가정을 공고히 하는데 깊은 배려를 해야 한다고 선전, 선동을 하기도 한다. 물론 당연한 것이지만 가정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목적 자체는 사람들 개개인의 생활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과 수령 조국과 인민을 위해서 가정도 필요한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러나 당을 첫 자리에 놓지 않고 가정을 우선시 하거나 개인의 행복이 우선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거나 행동하면 당장에 반혁명분자가 된다.
하지만 북한사람들도 이념을 빼면 그냥 평범한 인간들이며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북한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은 이중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남한의 생활상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그래도 그들 나름대로의 생활이 있다. 북한에서는 일반적으로 남자는 28-30세, 여자는 23-25세가 결혼적령기이다. 남자인 경우는 30살이 넘어도 별로 노총각이라고 나무라지 않는다. 왜냐하면 장애인이나 불구자가 아니고, 또 성분이 나쁘지 않는 이상 모든 남자는 무조건 군대에 갔다 와야 하는데 군사복무를 13년 하고 나면 30세가 넘어서 고향에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여자는 30살이 넘으면 벌써 노처녀라고 맞선 들어오는 일도 드물어진다. 기껏해야 25-28세면 결혼할 나이가 찼다고 빨리 시집보내려고 부모들은 서두른다.
북한은 여성의 인구가 남성의 인구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그래서 결혼 못한 노총각보다 노처녀가 훨씬 많다. 북한에서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배우자는 군인이나 대외무역 종사자나, 외화벌이 일꾼이다.
지방마다 예장(혼수)을 해가는 것도 다른데 함경도 지방 같은 경우 모든 예장을 여자 집에서 마련한다. 또 함경도 여자들은 대개 깔끔하고 생활력이 강해 함경도 여자를 데려왔다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장가를 잘 갔다고 말한다.
또한 북한에서 오장 육기를 다해가는 여자가 인기가 많다. 오장은 이불장 양복장 책장 신발장 찬장을 말하고 육기란 텔레비전 재봉기 녹음기 냉장고 선풍기 세탁기 사진기 등을 말한다.
결혼식은 전통혼례식도 현대식 혼례도 아닌 사회주의 생활방식이라고 해서 여성은 한복을 입고 남성은 양복을 입는다. 결혼식은 주로 11월에 열리는데 이는 한겨울은 너무 춥고 여름에는 결혼식을 하기에는 음식물이 쉽게 변질되는데다가 4월부터 10월까지는 수시로 농촌동원이 있을 정도로 바빠서 결혼식을 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식량난 때에는 일반 주민들은 결혼식을 아예 하지 않고 사는 것을 별로 이상히 여기지 않았다.
혼례는 기본적으로 남자의 집과 여자의 집에서 이틀에 걸쳐 두 번 치른다. 그러나 요즘은 돈을 아끼기 위하여 한 집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것도 선호하는 추세이다. 생계가 어려운 북한 노동자와 농민들의 결혼식은 최소한의 먹을 것만 구입하고 나머지는 장마당에서 돈을 조금 주고 빌려다가 상을 차려 사진을 찍은 뒤 돌려주는 일이 다반사이다.
결혼식이 끝나면 김일성 동상에 가서 꽃다발을 놓고 결혼식 사진을 찍는 것으로 결혼식은 마무리 된다. 결혼식 사진을 찍을 만한 장소가 동상 주변밖에 없으므로 김일성 동상에 인사를 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도 꼭 동상에 간다.
당 간부들의 결혼식은 규모도 클 뿐만 아니라 며칠 동안 계속되는 축제이다. 간부들의 결혼식 규모는 그 사람의 위신과 실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상당히 중요하게 다뤄지는데 당에서 주요 간부가 결혼과 환갑 등을 치르는 날이면 그 밑의 간부들은 온갖 잡일을 도맡아서 한다. 간부들은 대부분 달러를 선호해 축의금도 달러만 받는다.

글/장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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