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결혼문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새싹이 파릇파릇 돋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누구보다도 마음 설레는 것은 바로 정열에 넘치는 청춘들이 아닐까 싶다. 한반도에 찾아오는 봄이 남 따로, 북 따로 오는 것이 아니듯이 북한의 청년들도 남한의 젊은이들과 똑같이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고 가정도 이룬다.
물론 남한과는 여러 가지로 많은 차이가 있다. 내가 북한에 있을 때 남한사람들은 어떻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할까 하고 궁금했던 것처럼 남한의 많은 사람들도 북한사람들의 결혼에 대해서 궁금해 했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북한의 결혼문화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다. 북한을 떠나 중국에서, 또 한국에서 삶에 적응하느라 나도 어느새 나이 삼십을 훌쩍 넘겼다. 남한에서도 늦은 결혼나이긴 하지만 북한에서는 이 나이에 결혼 안했다고 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나이다. 분명 성분이나 토대가 나쁘거나 뭔가 결함이 있어서 못간 것으로 여겨진다. 24살의 꽃다운 청춘시기에 탈북해서 중국에서의 지내야 했던 어렵고 힘들었던 삶은 나에게 그 나이에 처녀들이 가질 수 있는 행복한 결혼에 대한 꿈을 꿀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결혼식장에서 드레스를 입은 신랑 신부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그런 내가 남한에 들어와서는 나이가 많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게 됐다. 왜냐하면 남한에 오니 나보다 나이 많은 처녀들이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을 꽤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정말 어디에 내놓아도 빠질 데 없는 여자들이 풍족하고 생활도 좋은데 뭐가 부족해서 그럴까?
지난 해 보건복지부에서 결혼 안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여성 응답자의 30%가 “독신의 삶을 즐기려는 경향이 늘어나서”를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고 한다. 나는 이 설문조사를 보고 장마당(시장)에서 가족의 한 끼 먹을 것을 위해 화장조차 못하고 헤메이는 많은 북한의 여성들과 남한의 여성들을 대비해 보았다.
남한의 여성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가정도 중요하지만 여성으로서의 삶과 능력을 개발해서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고 삶을 즐기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어느새 그런 여성이 되고 싶어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늦게 하건 빨리 하건 그래도 대부분의 남한사람들은 결혼을 인생의 중대사로 여긴다. 얼마 전 나는 중앙대학교 학생들로부터 북한사람들은 신혼여행을 어디로 가는 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북한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혼여행을 모른다.
신혼여행이라는 말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신혼여행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른다. 북한은 여자는 23세, 남자는 28세가 결혼의 황금 나이라고 본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30세를 넘기는 경우가 많다. 군대에 가서 13년 복부하고 오면 30이 넘는 것은 보통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늦은 반면 당 간부나 군 간부 재산있는 집들은 자기 적령기에 결혼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들은 권력이 있으므로 재산도 모을 수 있고 30세 넘을 때까지 하전사로 군사복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독교헤럴드  admin@evanholy.co.kr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