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신학생 시절에 가장 하기 싫은 일을 일 년에 3, 4번 해야 했다. 그것은 소위 사역보고서라는 것으로 미국의 후원자에게 쓰는 감사의 편지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미국 경제가 현재의 한국경제 보다 낫지 못했지만 그들은 한국의 신학생들을 돕는 캠페인으로 평신도의 가정에서 모금하여 한국의 신학생들의 학비와 식비를 보내 주었다.
그렇게 해서 길러낸 목회자·부흥사·교수들이 그 얼마인가. 필자도 그 혜택을 입고 성장해서 약 50년의 사역을 마치고 은퇴했다. 나는 실로 OMS의 선교정책에 큰 빚을 진 사람이다.
사도 바울은 스스로 자신을 복음의 빚진 자라 자처했다. 그는 그 부채를 갚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최후까지 불태웠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 힘으로 오늘의 교단을 이루었다고 하는 자만심이 걱정이다. OMS는 글자 그대로 동양선교를 목적으로 세워진 선교단체였다. 일본과 중국에 많은 정열을 기울였으나, 그들은 한국인의 영적 갈증을 발견하고 선교회가 총동원하여 충정로3가 언덕 위에 5층으로 벽돌 건물을 짓고 신학교육을 시작했다.
물론 그들도 교회를 세우고 후원하는 일도 했지만 가장 힘을 쓴 부분은 신학교육이었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성결의 복음을 전할 일꾼들을 양성했다. 지금 우리 교단의 선교정책은 어떤 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여러 나라에 선교사를 많이 파송하고 교회들을 설립했다는 보고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과연 선교사들이 떠나도 현지 교회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현지 지도자를 확실히 양성하고 있는가. 만일 토착 지도자를 기르지 못하고 있다면 근본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OMS의 선교에 일본과 중국이 중요했지만 한국의 가능성에 더 집중적으로 정열을 쏟은 것을 주목해야 한다. 이제는 개교회의 공명심으로 선교할 때가 아니다. 가능성 있는 곳에 선택적 집중의 원리를 적용하여 선교사 개인의 능력에만 의존하지 말고 한국교회가 힘을 모아서 한두 곳에라도 인재양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사실 선교사 한 사람을 파송하는데 얼마나 많은 재정이 소요 되는가. 현지인들을 길러서 그들이 자기나라의 방방곡곡에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우는 방법이 ‘저비용, 고효율’이 아니겠는가. 필자는 차츰 걱정이 된다. 교단의 선교국이 관료화 되고 형식적 보고나 받아서 처리하다가 세월이 지나도 내실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주마가편이란 말이 있다. 수고하는 선교 담당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그러나 이쯤에서 반성하고 수정할 부분은 과감히 정책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서울신대 100년을 축하하는 행사가 자못 부담스럽다. 그러나 자축의 범위를 넘어서 복음의 빚진 자로서 그 부채를 갚는 지혜를 배워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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