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재앙은 적군과 아군 없는 인류공멸의 재앙

유난히도 길고 추웠던 이번 겨울의 끝이 보인다.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기운이 없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뭇가지들은 저마다 초록빛을 머금고 있으며, 꽃망울들도 활짝 필 만반의 준비를 마친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우리는 자연의 미묘한 변화를 통해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창조의 질서가 올해도 어김없이 인간과 자연 속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동시에 하나님의 놀라운 창조역사와 자연을 통한 축복을 확인하고, 그것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구원의 섭리를 기쁨 속에서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자연은 인간에게 기쁨과 축복의 통로가 아닌 근심과 공포의 근원이 되어 버렸다. 더욱이 최근 구제역 사태, 무분별한 개발, 일본 지진에 의한 방사능 오염 등을 비롯한 전 지구적 환경재앙을 경험하며, 최근에 자연환경을 통한 인간의 고난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청지기의 사명을 잃어버린 결과가 아닌지 의문을 갖고 자연을 향한 우리의 태도를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교회로부터 나오고 있다.

지난 달 한국기독교장로회 생태공동체운동본부는 지구온난화와 생태계 파괴 등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에서 비롯되었다는 인식아래 ‘생명의 강 살리기 기장인 1만인 선언 발대식’을 개최했다. 이번 발대식을 준비한 생태공동체운동본부 윤인중 공동위원장은 ‘1만인 선언 발대식’의 의미에 대해 “전 지구적 환경재앙이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위기라는 신앙고백에서 시작되었다”면서 “ ‘생명의 강을 그대로 흐르게 하라’는 주제로 선언에 동참하는 1만 명의 서명을 받고, 밀어붙이기식 난개발을 멈추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세계 물의 날인 지난 22일을 기점으로 시작한 이번 서명운동은 6월 첫 주 환경주일까지 계속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무분별한 개발과 그에 따른 삶의 터 파괴는 교회와 목회자들의 삶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기도 한다.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신도시 재개발 지역, 뉴타운 지역, 재건축 지역에서 교회가 쫓겨나고 있다. 김포한강신도시 지역의 경우 신도시 개발이 시작되면서 57개의 임대 교회가 사실상 전부 사라졌다. 이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재개발문제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작년부터 재개발 지역에서 교회와 원주민이 거의 다 내쫓기는 잘못된 재개발 정책의 전면적인 수정을 촉구하고, 이 과정에서 교회 차별을 수정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과 그에 따른 교회의 어려움에 대해 한국투명성기구 회장으로 구민교회를 섬기고 있는 김거성 목사는 “하나님의 창조세계 질서가 인간의 탐욕스러운 개발로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고 그러한 개발의 폐해가 이제 교회에까지 직접적으로 스며들게 되었다”면서 “교회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참회하는 마음으로 무릎 꿇고 기도하며, 무분별한 정책에 항의하여 생명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단 전 총회장 최건호 목사(충무교회 원로)는 최근 빈번한 자연재해와 환경파괴에 대해 “하나님께서 창조질서 회복에 대한 우리의 태만과 오만에 대해 주시는 종말에 대한 경고이다. 세계교회협의회에서는 오래전부터 정의·평화와 함께 창조질서 보전을 캐치프레이를 걸고 노력해왔다.”면서 “환경재앙은 적군과 아군이 없는 인류공멸의 재앙이다. 교회가 다른 무엇보다 먼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만큼 시급하고 위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대문명은 “땅을 정복하고 부리라”(창 1장 28절)는 말씀을 착취와 정복의 의미로 해석하여 자연을 철저하게 이용할 대상으로 인식해 왔다. 하지만 이제 ‘정복하고 부리라’는 말씀을 착취와 남용, 파괴와 오용이 아니라 번성하도록 능력껏 잘 돌보아 주고 지켜주어야 하는 인간의 청지기로서의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주인과 정복보다는 평화와 조화의 관계로 짝지어 주셨기 때문이다. 식목일을 앞두고 자연과 인간을 함께 생각하는 의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박덕환 기자 hyhab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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