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처럼 흑색선전이 넘친 선거는 없었다

한국교회 안정과 화목, 개혁 위해 인내 하겠다”

▶대담 : 박병득 편집국장

▶장소 : 여의도 CCMM빌딩 12층 커피숍

▶정리 및 사진 : 양진우 기자

길 자 연  목 사

한기총 대표회장 당선자

(왕성교회·칼빈대 총장)

약점을 사랑하고 당당히 마주하라

Q.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에 당선된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A.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사실 마음이 무거웠다. 왜냐하면 12년간 한국 교계 정치를 했는데, 이 정도의 경륜이면 교계 정치의 판도와 법도를 안다. 그런데 이번처럼 흑색 선전이 넘친 선거는 없었다.

내가 교계 정치를 하게 된 이유는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한국 교계에 대한 봉사를 하라는 열망을 주셨기 때문이다. 흑색선전으로 힘들어도 한국교회를 안정시키며, 화목케 하고 점진적 개혁에 내가 필요하다면 인내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기총 대표회장을 세 번이나 하겠다는 것에 대해 노욕으로 비칠 우려도 있었다. 그래서 마음의 무게가 커서 침묵했다. 당선 후 열심히 잘하고 물러남으로 노욕이 아니었다는 것이 해명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선거에 임했다. 잘해서 한국교회를  실망시키지 않겠다.

차이가 있어도 이들을 다 끌어 안고 화목하며 하나되게 하겠다. 지금에 와서 상대 후보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 선거 과정에서 내가 상대에게 비난하지 않았던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지금은 다 잊고, 상대 후보의 인격 자체를 존중한다.

Q. 선거 과정에서 처치스테이(Church Stay)에 대한 논란이 많았는데, 이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처치스테이는 템플스테이에 대항해서 갑자기 만든 것이 아니다. 장기간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불교계에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오해를 불식하길 바란다. 다종교 사회를 인정한다. 이러한 반응에 비난할 마음은 없다.

새로운 전도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불신자들에게 기독교를 접근시키는 다리가 부족했다. 그래서 처치스테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현재 1천개 가까운 기도원 중 활용 가능한 기도원은 1백개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 기도원들의 수리와 보수가 필요하다. 처치스테이를 만들어 기독교 신앙과 문화를 접하게 하려고 구상했다.

Q. 학교 교과서에 기독교에 대해 불리한 내용들이 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교과서에서 불편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3.1운동 대표 33인 중 16명이 기독교 지도자이다. 그리고 독립 운동과 해방을 하는데, 기독교가 미친 영향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가 천대 받고 있는 점을 바로 잡아야 한다. 한국 기독교는 학교와 병원, 그리고 고아원 등을 많이 세워 혁혁한 공헌이 있는데도 7대 종단 중 기독교를 천시하는 것은 부당하다.

Q. 요즈음 남북한 간에 냉전 기류가 흐르는데, 기독교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A. 북한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아 중국 없이는 급유도 힘든데, 연평도와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악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때 희생 당한 분들의 유가족에게 조의를 표한다.

하지만 강경 대응하기 보다는 기독교 사랑의 정신으로 서로 이해하고 서로 공존해야 한다는 공존의식이 지도자들에게 있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엄청나게 남쪽이 앞서 있다. 남한은 선진국 문턱에 있고, 북한은 후진국이라서 너무 어려운데, 군사적으로 공격하겠다는 것은 공멸하겠다는 것이다.

서로 공평하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남북 지도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Q. 그러면 한기총의 돌파구는 무엇일까요?

A. 한국 기독교는 경제적으로 힘든 북한을 꾸준히 돕고 있다. 기독교북한선교회 총재를 맡고 있다. 25년간 북한 굶주린 동포들에게 빵 한조각이라도 보내려고 노력했다.

앞으로 각자 개별적으로 보내지 말고 연합단체인 한기총을 통해서 보내야 한다. 기독교의 힘을 보여 주려면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 기독교 사랑을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북한 관계 해법은 이념도 아니고, 물리력도 아니며 따뜻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내 변화시켜야 한다. 이솝 우화에 보면 따뜻한 햇빛이 사람의 모자를 벗겼다.

Q. “한기총이 잘못 가고 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는데, 한기총 개혁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한기총은 연합기관이고 연합단체이다. 한국교회가 연합을 하기 위한 운동은 하루 아침에 되지 않고 수십년 동안의 진통 속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1980년대까지 신학적 갈등 때문에 연합이 어려웠다. 그러다가 점차 보수신학이 더 자리를 잡아가면서 한기총이 굳건하게 자리를 잡게 됐다. 한기총 내에도 보수와 진보가 공존하고 있다. 이들 간의 연합을 하루 아침에 이루려고 하지 말고, 오랜 시간 서로 인내하며 연합해 나가야 한다.

Q. 한기총의 시각에서 WCC 총회 유치에 대한 말씀을 해 주십시오.

A. WCC유치 때문에 다시 신학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포스트모더니즘과 다원주의가 문제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기총은 WCC 총회가 이미 한국에 유치한 것 자체는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두가지 작업을 하겠다.

먼저 신학적 포스트모더니즘과 다원적 신앙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겠다. 한국교회가 잘못된 신학에 물들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나 통합측을 비롯한 WCC대회는 반대하지 않겠다. 한기총도 보수와 진보가 다 들어 와 있기에 문제 삼지 않겠다. 그 잔치를 방해해서 연합을 깨서는 안된다. 파국을 만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반면에 WCC를 찬성하는 사람들도 보수교단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Q. 독자들에게 2011년 신년 메시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나는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이다. 어떠한 어려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나님을 믿는 신앙은 모든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렵지 않았던 해는 없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고달픈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다할지라도 자기만 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인생의 수순이라고 생각하면 견딜 수 있다.

요즈음 절망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교회가 경제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끌어 안아야 한다.

새해에 잘 인내해서 승리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Q. 성결교회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성결교회 내에 두가지 종류의 목회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WCC에 긍정적이거나 반대되는 입장, 이 두가지가 있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내가 사귀는 성결교 목사들은 다 신사라는 점이다. 합리적이고, 무리수를 두지 않고 절제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또한 한기총에 이용규 목사가 있는 것이 힘이다. 연합활동에서 성결교단이 훌륭한 일들을 많이 했다. 한기총 총무도 잇달아 성결교가 했다. 신앙은 보수이지만 사회참여를 잘하고 있다. 매우 건강한 교단이다.

Q. 가족에 대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A. 고인이 된 장인 어른은 동도교회 수석 장로였다. 어렸을 때부터 장인과 장모의 헌신적인 모습을 지켜 보면서 자랐다. 올곧고, 정확하게 사는 것을 배웠고, 장모로부터는 부드러운 인성을 배웠다. 아내 천희정 사모는 참 예쁘다. 또한 결혼 47년 동안 한번도 부부싸움을 하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서로 버텨주는 기둥처럼 살았다. 나서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뒤처지지도 않으면서 내게 그늘이 되어 주었다.

아들 길요나는 과천에서 목회하고 있고, 딸 길한나는 음대 교수이며 사위는 의사이다. 그리고 손자가 셋이 있다. 자손이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잘 성장했다.

Q. 후년이면 섬기는 교회에서 정년이 되는데,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A. 과천시청에서 외국인학교를 세우는 부지를 허가해 주겠다고 말해서 교회를 그 곳에 세울 계획이다.

또한 칼빈대학교 총장을 맡고 있기에 후학들을 잘 이끌어 주고 싶다. 현재 영성목회연구회 총재이다. 이 연구회를 통해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설교의 동력을 만들어 주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려고 한다. 이 연구회 세미나에 매년 1천5백명씩 오는데, 장소가 너무 좁았다. 좀 더 많은 목회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넓은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한편 사람을 냉동시키는 빙장법을 사용해 기독교공원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다. 따라서 은퇴 후에도 바쁜 나날을 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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