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탄할 세월 보낸 이 학생을 보라!

대한민국의 품에 안기다

내가 정말 미국 대사관에 들어온 것이 맞는가 의심되기도 했다. 한참 앉아 있으니 사람들은 다 나가고 나만 남았다.

나는 잠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뭘 물어보려 했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어서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니 바로 어떤 백인여자가 나의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 여자에게 조금 큰 소리로 “May I help you?” 하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내가 발음이 좋지 않나? 하고 생각했으나 다시 더 큰 소리로 똑같이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그때에야 나는 내가 “Please help me”를 말한다는 것이 반대의 말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다시 “I am North Korean!”이라고 외쳤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나는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고속도로에서 내가 첫 번째로 감격했던 것은 잘 뻗은 고속도로도 아니었고 높은 고층건물이며 거리를 꽉 채운 차들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남한의 산천이었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산야들이 어쩌면 그렇게 북한의 산과 들 그 모습과 똑같을 수 있을까? 정말 이곳이 이국이 아닌 내 나라 내 땅이 맞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했다.

산천은 이렇게 똑 같았지만 한국은 결코 북한과 같은 나라가 아니었다.  무엇이나 내가 말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나라였고 통행증 없이도 전국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나라였다.

그 외 다른 것들은 너무도 많았지만 그 중에서 나에게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온 사실은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석달 간의 하나원 교육을 마치고 나는 대한민국 국민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을 받았을 때 꿈만 같았다.

7년 전 두만강을 넘으면서 남겼던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공민증이 아닌 대한민국 주민증이 내 손에 들려 있었다. 그것은 내가 다시는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을 헤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증명이었다. 그것은 내가 이 대한민국이 나를 국민으로 생각하며 한나라 국민으로서 존엄과 권리가 보장된다는 증명이었다.

북한에서 자주 쓰는 말이 있다. “나라 없는 백성은 상가 집 개만도 못하다”

그런데 나는 왜 나라 없는 백성도 아니었는데 중국에서 상가 집 개만도 못하게 살았을까? 그것은 북한이라는 나라가 나라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아닐까?

하지만 나는 감사한다. 그 고생 속에 나는 중국의 광야를 돈 한 푼 없이,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웠고 이제는 이 세상 어디 가서 혼자 살아도 두려움이 없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나에게 가장 감사한 것은 그 고난 속에서 저를 찾아와 주신 하나님을 알게 된 것이었다. 내가 그렇게 갈망하던 대학을 북한에서는 비록 가지 못했지만 중국에서의 7년 동안  일생 동안 배워도 다 못 배울 많은 것을 알게 하고 삶의 진리를 깨우쳐 준 인생의 최고 대학을 나는 다니게 됐고 이제 졸업했다.

이제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에 오기까지 과정은 여기에서 마치려고 한다. 다음시간 부터는 제가 이 한국 땅에서 있으면서 겪었던 일들과 북한의 실상을 비교하면서 보았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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