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탄할 세월 보낸 이 학생을 보라!

중국 땅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 강렬해

나는 다시 희망을 붙잡고 인내하면서 꾸준히 일자리를 찾으러 다녔다. 그러던 중 포동에 있는 한 부동산회사를 찾게 되었다. 뜻밖에도 그 회사는 이 전 회사에서 받던 두 배의 월급을 주겠다며 나를 받아들였다. 나는 그 회사에서 이 전에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짬짬히 배워 두었던 웹마스터 일을 하게 되었다.

나는 어떤 힘을 느꼈다.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어떤 것을 대신 해주시는 분이   나를 이렇게 이끌어 오시는구나. 나는 그 분의 큰 힘 앞에 머리가 숙여졌다.

상하이에서 포동지구는 개혁 개방이 시작되면서 새롭게 현대적으로 발전한 지역이었다. 외국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이곳은 마치 서구의 어떤 나라에 온듯한 인상을 받는 곳이 많아졌다. 한국사람들도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부동산시장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일하게 된 회사도 사업이 잘 되고 있는 지 직원들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고 일손도 모자라 보였다. 나는 주로 회사의 웹사이트를 관리하고 수정하는 일을 맡았지만 시간이 나면 광고도 만들고 통역, 번역 일도 했다. 회사 사장님도 잘 대해줬고 일도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이라서 너무 재미있었다.

한 일 년 정도 지나자 나는 나의 일에 아주 익숙해졌고 안정감도 생겼다. 주일이면 교회에도 꼭꼭 다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세례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불법신분은 항상 나를 불안하게 했고 어디서 공안들만 보면 긴장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 출근해서 청소를 하고 있는데 웬 사람이 나한테 다가왔다. 중년나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는 키가 컸지만 얼굴이 까맣고 옷은 남루하기 그지 없었다.

“여보시오”

중국사람인 줄로 생각하고 무심하게 쳐다보던 나는 그가 던지는 첫 마디에 깜짝 놀랐다. 그는 조선사람이었다. 한국간판이 붙은 회사이름을 보고 찾아온 것 같았다. 그의 말이 지금 한국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가고 있는데 차비가 다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차비 돈만 좀 주시면 평생 잊지 않겠다고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나는 아무 말 안하고 사무실로 들어가 지갑에 있던 중국 돈 50원을 다 털어주었다. 그러면서 물어보았다.

“한국사람들은  왜 만나려고 그러시나요?” 그는 한국에 가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나는 더 물어보고 싶었으나 뒤에서 사장과 직원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 같아 더 말을 못했다. 그는 몇 번이고 감사하다고 말했으나 나는 끝내 그에게 나도 조선사람이라는 말을 못했다.

그를 떠나보내면서 나는 나의 처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나도 그와 다를 바 없는 불법신분인데 언제까지 여기서 편안하게 일하게 될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가 없었다.

나도 어떻게 하든 이 중국 땅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강렬히 떠올랐다. 하지만 아무도 의논할 사람도, 아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평소에 내가 자주 들어가서 북한소식을 보고 있던 인터넷신문에서 인권단체의 메일주소를 찾아냈다.

하지만 쉽게 결심이 서지 않았다. 만약 이 주소가 사기이거나 나의 신분이 노출되면 어떻게 하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더는 다른 길이 없었다.

나는 대담하게 생각하고 메일을 보냈다. 나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고 나와 같은 탈북자들은 과연 어떻게 어디로 가야 합법적인 신분이 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놀랍게도 내가 보낸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답장 메일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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