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감성과 지성을 말하는 지승룡 대표

“대다수가 가난해 힘들어 하는데, 역으로 축복과 기회로 봐

절망과 무기력이라는 정신적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1994년에 달랑 2천만원을 갖고 시작한 문화카페가 지금은 제주도까지 전국 방방곡곡에 민들레영토를 만들어 대한민국 최대 카페를 일궈 낸 지승룡 목사(도시문화연구소장)를 만나 그의 깊이 있는 문화 이야기를 들었다.

▶대담 : 박병득 편집국장

▶장소 : 민들레영토 대학로 본점

▶정리 및 사진 : 양진우 기자

Q. 지 소장께서는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문화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가을 여행을 다녀 왔는데, 산자락의 단풍이 얼굴이 빨개지면서 말하는 듯 했다. 그래서 나는 단풍을 만들러 산에 간다. 이것이 호연지기이고, 홍익인간의 모습이다. 창세기 1장에서도 “하나님이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말했다. 이것이 문화적 탄성이다.

문화는 자기 자신의 깊은 내면을 나누는 것이다. 요즈음 다시 인문학적 고찰이 유행이다. 이러한 깊은 인문학적 상상력을 통해서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풀어보려고 했다. 우리 도시는 회복과 전진이 필요하다.

도시 문화에서 담론이 필요하다. 예전에 카페에서 차를 오랫동안 마시면서 담론을 나눴는데, 너무 오래 있으니까 주인이 나가라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담론을 나눌 수 있는 문화 카페를 만든 것이다.

Q. 도시문화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A. 성경에 “보라 지금은 구원의 날이요, 은혜받을 때”라고 말씀한 것처럼 현재의 시간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현재의 삶의 현장이 버려진 땅이 아니라 축복의 땅이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 오는 ‘온풍기’라고 생각한다. 우리 도시가 하나님의 사랑과 관계없는 듯 살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은혜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도심은 하나님의 땅이라고 생각하며 하나님의 사랑으로 여긴다.

요한 웨슬리가 “세계는 나의 교구”라고 했듯이, 나는 도시를 나의 교구로 본다. 이 땅이 버려진 땅이 아니고, 축복의 땅이며 목회지라고 생각한다.

Q. 근자에 대학로에서 펼쳐지고 있는 소극장 운동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나는 사건이 생겼을 때, 전체를 보는 성향을 갖고 있다. 하나의 방식만 고집하지 않는다. 그래서 문화적 마인드를 갖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후원한다.

조성진이란 친구가 있는데, 연세대 신학과 출신이다. 이 친구가 어느날 침묵하더니 마임으로 갔다. 그 친구는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는 침묵 속에서 더욱 많은 말을 한다. 대학로에서 2010 가을 디페스타 공연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인(IN)공연과 아웃(OUT)공연 중 아웃 공연의 총연출을 그 친구가 맡아서 내가 도와준다.

또한 소극장연합회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다. 이들이 지역 사회 속에 좋은 일들을 하도록 후원한다. 11월 7일까지 4백회에 걸쳐 공연을 한다.

Q.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대라서 자본주의에 염증을 느끼는 분위기인데, 이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가난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절망이다. 절망만큼 무서운 것이 무기력이다. 자본주의는 경쟁에서 진 자에 대한 배려가 너무 적다. 반면에 공산주의는 무기력하다. 이 두 극단의 모순을 봤다. 그래서 절망과 무기력이라고 하는 정신적 패배주의에서 나와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난하고 힘들다. 이것을 축복으로 보고,기회로 보자. 발상의 전환을 해서 생각해 보면, 가난해야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된다. 그리고 간절해진다. 그래서 상품이 나오게 된다. 예컨대, 공부를 못해 의대 못가면 노래 잘 해 가수가 될 수 있듯이 말이다.

따라서 자본주의와 대립하려고 하지 말고, 잘 활용해야 한다.

Q. 지 소장의 신앙관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기독교의 핵심은 십자가와 부활이다. 동아일보가 폐간이 될 때, 김중배씨가 “오늘 서산에 지는 해는 내일 다시 뜨기 위해 지는 것”이라며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부활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야기하는 소통이 부활이고, 소통으로 가는 것이 신앙이다. 패배주의를 넘어 일어나는 힘이 신앙이다. 신앙이 승리한 것이 부활이다.

그래서 기독교만이 대안이다. 신앙은 배고픈 자에게 밥이며, 외로운 자에게 위로가 되는 것이다. 논리적 기독교가 아니라 다시 일으켜 주고 이웃을 터치해 주는 기독교가 되어야 한다. 간절한 선포가 우리 가운데 있어야 한다.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장기적으로는 문화카페를 통해 도시 문화 선교를 계속 해 나갈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그동안 일궈 온 민들레영토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만들어서 연극 공연을 하려고 한다. 이사장을 맡아 오랜 세월을 함께 해 온 극단‘JD시어터’의 대표 박병득 목사와 함께 명년 초에 대학로 연극 공연을 하려고 한다. 내용은 민들레영토를 일궈 온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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