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적으로 앞선 자격증 소지자 채용

한국교회 개척 부흥기를 지나 교회 성장 둔화기에 접어들면서 교회를 개척했던 목사들이 은퇴하고 후임 목사를 구하는 광고가 난무하는 시대가 됐다.

문제는 청빙 광고를 분석해 보면 회사들이 직원을 공개 채용하기 위해 광고하는 것과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데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광고전에 이미 담임목사를 내정해 놓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타 교단의 사례로서 C교회 담임목사를 청빙하는데,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W목사가 지교회의 당회원들에게 영향력을 끼쳐 이미 K목사를 내정해 놓은 다음 청빙 광고를 내는 경우가 있었다.

따라서 교단에서 누가 정치력이 있느냐에 따라 그 라인에 줄 선 목사들이 부임해 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되는 문제점은 시골교회에서 목회하다 서울 교회로 옮기려면 전혀 자리가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유력한 인사의 줄 대기식 청빙이 될 위험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김윤배 목사(삼덕교회)는 “교단 일부 정치 중심세력에 줄을 서지 않으면 부임 순서도 무시당하고, 인사 배정에서 소외당하게 된다.”며 “그 세력의 라인에 서야 도약할 수 있는 길이 생겼었다”고 토로했다.

이렇게 되면 일부 정치꾼들에 의해 움직이는 교단이 될 우려가 많다.

또한 청빙 광고에 박사학위 소지자와 부부 건강진단서, 심지어 1종 면허 소지자까지 요구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각 교회마다 청빙위원들이 찾는 사람들은 재능과 지도력 그리고 경력을 겸비한 사람들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이러한 청빙 광고대로라면 요한 웨슬리는 이 교회의 담임목사로 갈 수가 없다. 왜냐하면 1차 서류 심사에서 떨어져 그 교회 강단에서 설교 심사를 받아 보지도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요한 웨슬리는 정치적이지 않고 순수 복음에 대한 열정으로 전도와 선교에만 힘썼기에 정치꾼들의 연줄로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웨슬리는 자기 질병에 대해 주치의가 되었을 정도로 질병에 시달렸다. 그는 험난한 전도 여행 때문에 두통과 하지통, 그리고 치통, 열병, 몸살, 위장병을 앓았다. 그러므로 건강진단서를 요구하는 청빙 광고대로라면 요한 웨슬리는 제외되었을 것이다.

또한 요한 칼뱅도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할 정도로 위장병을 비롯한 무수한 질병으로 고통을 겪었다.

한편 박사학위를 조건으로 걸었기 때문에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못한 무디도 1차 서류 심사에서 제외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청빙 조건대로라면 금식기도 안하고 매일 운동으로 단련해야 한다. 그래서 스포츠선교회들이 빛을 발하나 보다.

기도 많이 하는 목사와 영적으로 강건한 목사, 그리고 하나님과 교인을 사랑하는 목사가 절실하다.

요즈음 청빙 광고는 미국인들이 사용하는 잡 디스크립션(Job Description)처럼 진행될 소지가 많다. 당선된 사람에게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떤 제한이 있으며, 어떠한 권리를 가진다 하는 것을 장로들이 정해 주게 된다. 이러한 잡 디스크립션을 만들어 놓고 그대로 일을 시키려고 하기에 마음껏 목회하고 싶은 목사와 마찰을 겪게 된다.

목사 청빙은 하나님이 필요하셔서 그 교회로 부르시는 것(calling)이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교회가 대행하는 것이 청빙이다. 그리고 교회가 회의를 하고 투표하는 것은 인기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찾고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러한 청빙 광고는 한국교회가 타락하고, 세속화되어 경건성을 잃어버려 인본주의에 젖어 가는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

배후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끼치는 부작용을 방지하려면 담임목사 청빙 과정에서 치리목사와 지교회 인사위원, 그리고 지방회장, 인사부장이 공정하게 심사하는 구조가 갖춰져야 할 것이라는 대안 제시도 있다.

향후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알력을 가해 사전에 담임목사를 내정하는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과제가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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