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 할머니는 신주단지를 모시고 섬기는 분이셨다. 할머니는 신주단지가 집안의 대소사를 좌우한다고 단순하게 믿으시며, 매일 들고 나시며 섬기셨다. 그러다가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생기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신주단지를 가져다가 내동댕이치시면서 화풀이를 하곤 하셨다. 어느 정도 화가 풀리시면 흩어 졌던 신주단지를 도로 챙기셔서 예전처럼 보관하고 섬기셨다.

예전에 우리 집에서 섬기던 ‘신’은 섬김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모든 ‘원망’을 뒤집어쓰고 ‘구박’당하며 ‘매 맞는 신’이었다.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은 어떤 대접을 받고 계시는 것일까? 신앙의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하나님이 우리 할머니가 섬기시던 ‘신주단지’ 취급을 당하는 모습을 수없이 봐 왔다.

매사가 자기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모든 원망을 하나님께 돌리고, 교회를 안 나가겠다고 협박을 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하나님을 향(向)하여 삿대질을 하며, 입에 담지 못할 욕(辱)을 하고, 화풀이 하는 모습을 보았다.

어느 믿음의 가정을 방문해서 이런 질문을 한 일이 있다. “하나님이 주는 선물을 더 사랑합니까? 선물을 주시는 하나님을 더 사랑합니까?” 놀랍게도 “하나님이 주는 선물을 더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재차 물어보았지만 대답은 한결같았다. 이것은 기복 신앙으로 상황에 따라 하나님을 원망하고, 구박하며, 매를 때리기도 하는 신앙임이 틀림이 없다.

1980년대 미국 타임지는 한국 교회의 부흥을 ‘기복신앙’ 때문이라고 혹평한 일이 있다. 기복중심의 신앙으로 몰아가면 예수의 이름을 붙인 또 하나의 종교가 될지는 모르나 본래의 주님의 교회는 아니다.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는 것은 세속적 신앙이다. 저마다 하나님을 섬기는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자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하나님은 수단이고, 자신이 목적이 되어있는 신앙이다.

개인주의적인 기복사상에 빠져 있기에 예수를 믿어도 눈에 보이는 복만을 사모하는 것이다. 따라서 영적인 가치와 미래 지향적인 신앙이 아니라 세속적인 가치추구에만 젖어있다.

세속적 신앙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극단적 이기주의로 흐르게 되어있다.  이런 신앙을 가진 자들에게 하나님은 오직 자기의 소원과 요구를 들어 주어야 하는 하나님으로만 존재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은 온갖 원성과 누명을 뒤집어쓰고 ‘구박당하고 매 맞는 자리’에 처하게 된다.

요즘 이구동성으로 ‘예수 없는 예수교회’가 유행인 시대라고 말한다. 요한 계시록에 나오는 소아시아 일곱 교회 가운데 라오디게아교회가 ‘예수 없는 예수교회’의 전형이다.

요즘 주님을 문밖에 세워놓은 교회가 많다. 주님이 계속 노크 하고 계시지만 그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고 있다. 존귀하신 주님을 모르거나 다른 것에 깊이 빠져 있기 때문에 ‘주님의 소리’에 관심이 없다.

라오디게아 교회는 부족함이 없다고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주님께서 보신 라오디게아교회는 “네 자신이 비참하고, 불쌍하고, 가난하고, 눈멀고, 벌거벗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 고 말씀 하신다. 라오디게아 교회는 세속적인 것을 많이 구비하고 있었다. 주님 말씀대로 세속적인 것만을 가진 교회는 가장 비참하고 불쌍한 교회다.

“볼지어다. 내가 문밖에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계3:20).

부활하신 주님께서 라오디게아 교회의 문밖에서 두드리고 계시듯이 오늘도 세속에 물든 교회의 문을 계속 두드리고 계신다.

땅에 것에서 하늘과 땅을 동시에 보는 눈이 열려야 한다. 하나님이 ‘최고의 복’임을 아는 눈이 열려야 한다. 다윗은 “내가 여호와께 아로되 주는 나의 주님이시오니 주밖에는 나의 복이 없다”(시16:2). 고백 하였다. 오늘의 교회가 ‘최고의 복’ 을 놓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주밖에는 나의 복이 없나이다.’ 고백하는 신앙으로 돌아오기 전에는 ‘세속신앙에서 벗어날 길’이 없으며, 하나님은 계속 원망을 뒤집어쓰고, 구박을 당하고, 매 맞는 신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주여! 눈을 여시사 하나님이 최고의 복임을 알게 하옵소서.” 최고의 복인 주님을 중심에 모시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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