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붉은악마 명칭 변경·상업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축제의 장 희망

월드컵이 한창이다. 지난 6월 1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개막한 2010년 월드컵은 조별예선을 거쳐 다음달 12일 사커시티 축구 경기장에서 진행될 결승전까지 한 달 이상 지구촌의 수많은 축구팬들을 탄성과 환호 속으로 몰아넣게 할 것이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을 시청한 전 세계 축구팬은 연인원으로 420 억 명이라고 한다.

2002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의 4강 진출은 대한민국을 온통 붉은 물결로 뒤덮이게 했다. 누군가 “대~한민국”을 외치면, 누구나 붉은 악마가 되어 조건반사처럼 “짝짝~짝!짝!짝!”하는 박수로 화답하며, 대한민국의 승리를 축하하고 서로 기쁨을 나누었다. 시간은 흘러 올해 다시 월드컵의 해가 되었다. 지난 18일 2010년 월드컵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예선경기가 진행되는 날 전국에서는 200여만 명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 거리로 나와 응원에 참석했다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 대한민국인들은 4년을 주기로 붉은 악마가 되어 광장을 찾아 소리를 지르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의식을 치르게 된 것이다.

월드컵 응원은 분명히 사회적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세대·지역·계층간 벌어졌던 분열을 애국심을 매개로 통합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스트레스를 풀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축제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회현상이 그렇듯 월드컵 또한 순기능과 함께 역기능도 함께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 월드컵 응원의 대표적 어두운 면으로는 치우천왕을 상징하는 ‘붉은 악마’라는 응원단의 명칭이다. 붉은 악마는 영문 표기로 Red Devils이다. Devil 은 성경 요한계시록 12장에서 말하고 있는 ‘사단’ ‘마귀’와 동일하다. 그러므로 붉은악마 응원단의 활동은 단순히 문화적 현상이 아닌 영적인 것과 관계성이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 하나의 문화적 상징으로 주장하는 ‘치우천왕’도 이미 종교성을 띄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치우천왕은 중국에서 전쟁의 신 또는 부족의 지도자로 추앙받아 온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응원문화의 아이콘, 붉은 악마의 명칭에 대해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2002년부터 ‘붉은 호랑이’나 ‘붉은 전사’등의 이름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명칭변경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미 국민 대다수가 ‘붉은 악마’에 익숙해 있어 아직 까지 명칭의 변경을 현실화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명칭변경의 어려움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기독교인들이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뜻있는 기독인들은 이 같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바로 사단의 계략에 의한 영적 타락현상이라고 지적한다. 붉은 악마의 명칭을 바꾸는 것은 단순히 월드컵 응원을 넘어서 한국 응원문화의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고, 모든 국민의 정서를 아름답게 집약할 수 있는 새로운 응원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는 까닭이다.

또 다른 월드컵 응원문화의 역기능은 지나친 상업화이다. 2002년 우리가 경험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700만 거리응원의 붉은 물결은 순수하고 자발적이었다. 월드컵이라는 축제를 즐기기 위해 거리와 광장으로 나왔고, 그 속에서 우리는 나름의 원칙을 지키면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질서 정연함 속에서 축제를 즐겼다.

하지만 지금의 응원문화는 대기업들의 마케팅 각축장으로 바뀌었다. 텔레비전 중계도 특정 방송국이 독점적으로 중계를 해주고 TV광고에도 월드컵 관련 대기업 광고가 말 그대로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길거리 응원도 대기업들의 협찬이 아니면 진행하기조차 불가능한 처지에 있다. 2002년 우리는 대기업의 협찬 없이 그리고 재벌들이 만들어준 응원가 없이도 특유의 열정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월드컵 응원의 주체가 깨어있는 열정적 시민에서 물질로 채워진 맘몬으로 옮겨가는 것은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이유이다. 6월의 광장이 대기업의 힘으로 꾸려지고 거기에 시민들이 수동적으로 끌려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름 없는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손에 손을 잡고 하나로 어우러져 축제로 승화하는 자유의 공간이 되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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