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에르케고르는 불안은 인간실존의 공통된 원형으로 보았다. 키에르케고르가 독일 관념철학의 근대성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인간의 불안을 외면하거나 덮으려한 것이 아니라 그대로 인정함으로서 제2의 소크라테스와 같이 인간 실존에게 진정한 주체성을 부여한 것이다.

키에르케고르에서 재조명된 주체적 인간군상은 하나님 앞의 죄된 인간이라는 성서적 인간관과 흡사하다. 다만 성서가 말하는 성령에 의해 해방된 인간, 사중복음으로 설명하자면 성령충만한 성도의 삶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초기의 성화, 점진적 성화, 온전한 성화(영화)에 이르는 성결의 삶에서 인간은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 공평하고 겸손하고 가치가 있다. 성결의 도상에 있는 인간은 불안과 죄의 저주에서 해방된 안정된 사람이다.

지난 주, 104년차 총회를 치루면서 볼 수 있는 현상이 총회 전에도 불안한 사람은 총회 후에도 불안하다는 것이다. 최소한 사중복음을 믿고 설교하는 사람이라면 그리스도의 완전을 믿고 변함없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사건과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보면 아직 성결의 신학이 매우 부족해 보인다.

104년차 총회가 끝난 후에 불안한 사람이 있다면 그 불안은 104년차 총회라는 제도, 그리고 104년차 총회에서 자기 반대편에 있었던 사람 때문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 때문이다.

자기가 떳떳하다면 권력을 쥐거나 놓거나 형식적으로 잃은 것은 있을지 몰라도 본질적으로 잃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자기가 떳떳하지 않다면 아무리 공격을 하고 화풀이를 해서 조금 체면을 차릴지는 몰라도 본질적으로 잃는 것은 자기의 신앙이요 양심일 뿐이다.

본질적인 불안을 없애는 길은 권력을 연장시키거나 특혜를 누리고 사면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직 진실된 회개와 철저한 자기굴복 뿐이다. 제도와 사람과 싸우지 말고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하며,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죄사함을 받고 모든 죄에서 놓임을 받기를 바란다.

104년차 총회에 나타난 대의 또한 절대적인 선이니 절대적인 희망이라고 노래할 수는 없다. 다만 그런 논리와 그런 주장을 한 자들이 잠시 힘을 얻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잃은 자나 얻은 자나 불안하거나 교만하지 말고 오직 성결의 도리를 교단과 사회에 실현하는 104년차 총회를 이룩해 나가야 한다.

우리교단이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것 중 하나가 정치를 정치답게 하는 것이다. 교단정치는 누가 하든지 필요한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누가 정치를 정치답게 바르게 하느냐다. 그러므로 교단정치는 치열한 논쟁과 격론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논쟁과 격론 자체를 부정하거나, 또는 우습게 생각하거나 평가 절하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통치를 하겠다는 오만한 발상이다.

지연, 혈연, 학연으로 분리된 교단의 풍토에서 정치다운 정치가 이뤄질 수 없었다. 어떤 주장, 어떤 내용 보다 누구의 사람이냐가 중요했다. 누구의 사람이면 어떤 주장도 선이라고 하는 것이 그 동안의 관습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누구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주장과 내용에 따라서 그 사람을 검증하고 분별하여 교단을 섬겨가는 정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불안한 자들의 정치는 사람에게 집착하지만 스스로 떳떳한 자들의 정치는 사람이 아니라 정책과 교단에 주목한다.

정치는 정치일뿐 사람을 차별하거나 소외시켜서는 안된다. 104년차 총회 대의원들의 한결같은 소리는 ‘넌더리 난다’였다. 자기들의 축제, 자기들의 만족을 위해서 권력의 진공청소기처럼 모든 것을 독식한 기득권자들에게 대하여 대의원들은 마지막으로 죽을 힘을 다해 외친 것이다. 이런 대의원의 함성을 서울남지방회와 전주지방회는 뼈에 새기고 피 속에 남겨야 한다. 또한 104년차 총회 임원들은 대의원들의 이런 간절한 바람을 절대 무시하거나 어처구니없는 야합으로 희석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소신 있게 정치하되 법과 원칙을 지켜라! 불안에 떠는 자들을 위로할 수는 있어도, 면죄부를 주거나 적당한 거래와 어설픈 해결책으로 인간이 보기에 지혜롭다할 교만한 망령된 짓을 해서는 결코 안 된다.

당선된 자는 정치다운 정치를 하기 바란다. 불안한 자들은 회개하라. 그리고 교단을 사랑하는 교단인들은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자기의 정책과 자기 논리로 무장하여 발전적이고 생산적이면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정치에 참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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