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은 하나님께서 크게 쓰시기 위한 것임을 나타내는 증거

장애인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가능성 심어주는데 사역 중점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 인구는 2007년 3월말 기준으로 201만 명(보건복지부 통계)을 넘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UN이나 WHO 등의 국제기구에서는 해당 국가 인구의 대략 10%를 장애인 인구로 보고 있어 실재로는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장애의 범위도 시대가 변함에 따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외부장애에서 내부장애와 정신분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그 숫자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복음의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의 상황은 안타깝기만 하다. 장애인선교를 위한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구체적인 책임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며, 겉으로 보이기 위한 성과만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선교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복지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실행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다.

1894년 홀 선교사(R. S. Hal)가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를 가르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장애인선교는 사회복지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그 역사가 그리 길지 못하여 구미선진국에 비해 아직 후진국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척박한 장애인선교의 황무지에서 1976년 2월 작은 꽃봉오리 하나가 피었다. 양동춘 목사가 설립한 ‘베데스다 선교회’라는 이름의 꽃이다. 이후 ‘베데스다 선교회’는 전국으로 장애인 선교의 홀씨를 흩뿌려 이 땅에 ‘장애인 선교’의 의미를 알리게 되는 계기가 된다.

베데스다 선교회를 출범시킨 후 12년 만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예배공동체인 베데스다나눔장애인교회(이하 나눔교회)를 설립한 양동춘 목사는 “나눔교회 성도들의 삶은 기쁨이라는 단어 그 자체이다. 우리교회에서는 장애·비장애의 구분이 없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모든 것을 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교회를 설명했다.

나눔교회의 장애인들은 양 목사와 오랜 시간 삶을 함께 했다. 짧지 않은 시간 함께 울고 웃으며 동거동락해 온 것이다. 목자와 성도들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웃음과 눈물 속에서 서로의 삶을 나누었고, 그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 체험을 통해 나눔교회 식구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한 사람들은 소외된 자들을 찾아 그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그것이 그리스도께서 주신 가르침이다’는 확신으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 주님의 사랑을 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확신으로 나눔교회 성도들은 지금까지 10 여 년간 매주 오전 예배가 끝나면 송파구의 청양양로원과 중증 장애아동을 위한 시설 ‘한사랑 마을’, 정신 지체 아동들이 있는 ‘교남 소망의 집’, 삼성농아원 등을 방문해 오고 있다. 비장애인들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장애인들이 또 다른 장애인들을 섬기는 것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사람들이 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놀라운 섬김의 마음속에는 나눔교회 성도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 담겨있다. 이에 대해 양 목사는 “우리교회 성도들의 마음속에는 ‘위하여’(for)가 아니라 ‘함께’(with)가 자리 잡고 있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대할 때 그리고 반대의 경우에 상대방을 도와주어야할 대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장애인에게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주고 스스로 무엇인가 해 볼 수 있는 상황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양 목사는 다섯 살 때 길에서 넘어졌고 그의 오른팔 위를 미군 트럭이 밟고 지나가면서 오른팔을 잃었다. 그 후로 본인이 장애자가 된 이유를 찾아 많은 번뇌와 고민을 하게 되었다는 양 목사는 “한 손으로 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육체적 불편함도 컸지만 ‘내가 왜 장애인이 되었고 그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라는 질문에서 헤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 신앙을 갖게 되었고, 요한복음 9장의 ‘맹인 된 자는 그 사람이나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는 성경말씀에서 답을 얻었다. 그 이후로 내 삶엔 큰 변화가 왔다”고 말했다.

양 목사는 스스로를 모세에 비교한다. 양 목사는 “모세가 갓난아기 때 죽을 위기를 넘기고 강에 버려졌던 것은 하나님께서 그를 크게 쓰시기 위함이었다. 나의 장애가 불편하고 힘든 것은 분명하지만 이 모든 고통은 하나님께서 장애를 통해 나를 크게 쓰시기 위한 것이라는 믿음으로 사역하고 있다”고 힘있게 말했다.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을 방문하여 선교봉사를 하며 정기적으로 성경공부와 기도모임을 갖도록 해주는 ‘재가 장애인 돕기’, 수화로 농아인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과 교제를 나눌 수 있도록 교육하는 ‘베데스다 수화 선교학교’ 등을 비롯해 국내외 10여 곳에 베데스다 지회를 두고 있는 나눔교회는 올 9월 우여곡절 끝에 ‘나눔아트센터’(상위 조감도) 건축을 마치고 입당하게 된다. 12억이라는 건축비 부담과 님비현상으로 표현되는 주민들의 민원 등으로 고통스러운 5년의 시간 끝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얻게 된 것이다. 입당을 통해 ‘가지지 못한 자들이 또 다른 가지지 못한 자들을 섬기고 돌보는’ 아름답고 위대한 기적의 꽃이 ‘나눔교회’에서 만발하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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