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뉴스를 보다보면 가끔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나 청문회 장면들이 나온다. 의원들 앞에는 항상 발언할 수 있는 마이크와 한보자기에 가득한 관련 자료들이 놓여있다. 국회의원의 의정 수행 평가는 마이크에 대고 얼마나 말을 잘하느냐가 아니라 자료 보따리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실들을 밝혀내느냐에 따라 판가름이 난다.

104년차 교단 총회가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올해도 총회에서 얼마나 많은 말들이 오가고 기가막힌 발언들이 오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의 흐름이라면 104년차 총회 또한 서무부의 안건상정 자체를 무산시키는 상식을 초월한 이벤트 외에는 별로 기대할 것이 없어 보인다.

4월 초 일부 지역은 지방회 연합 체육대회를 하고, 지난 주에는 총동문대회를 치루고, 한 주 쉬었다가 5월 둘째 주에는 목회자축구대회를 한다. 교수들은 총장선거에 이리저리 로비하느라 정신없고, 목사들은 총회 선거에 더 치밀하게 물밑에서 운동하느라 밤낮없이 뛰어다니는 것이 부활절 후 성결교단의 모습이다.

소위 교단을 대표한다는 목사·장로들이 모인 성총회에 무슨 선한 것이 날 것인지 심히 우려된다. 총회 대의원들에게 묻는다. 총회 때마다 그대들이 꼭 가야할 이유가 무엇인가? 왜 꼭 그대들이 104년차 총회 대의원을 가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가는가?

총회에 가는 이유가 상당한 거마비, 또는 후보자들로부터의 금품이나 향응 대접, 힘 있는 항존위원장을 차지하는 것이라면 제발 다른 이들에게 양보하길 바란다. 우리 교단 총회는 임원선거 밖에 없는 것 같다. 임원선거만 끝나면 어디론가 사라지는 대의원들이 있다.

교단의 총회에서 교단의 문제와 현실을 다루고 고민하지 않으면 교단총회가 왜 필요한가? 그것도 전주까지 내려가서. 몇 사람들의 들러리 내지는 거수기 노릇을 위한 것이라면 왜 가야 하는가? 얼마나 많은 반대급부를 보장 받았길래 성총회에서도 불법을 저지른단 말인가?

부디 104년차 총회는 새로운 총회, 교단 개혁을 바라는 목회자와 교회들에게 희망을 주는 총회가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의원들이 공부해야 한다.

지방회 별로 임원선거를 위해서만 모이지 말고 법안과 안건, 중요한 이슈들을 놓고 법률적이고 신학적인 검토를 하라. 그래서 발언을 할 때에 말로만 하지 말고 챠트나 보조자료도 준비하는 그런 발언자가 나오길 바란다. 올해 다뤄야 할 이슈들이 얼마나 많은가?

임의대로 사임서를 제출했다가 임의대로 복귀한 총회장의 자격 문제, 성결원의 명칭 변경 및 계약 그리고 예산집행과 관련된 의혹, 서무부의 월권 및 초법적이고 불법적인 안건 상정 거부, 이단 사이비 저작물과 저자에 관한 문제 제기, 지방회 분할과 이동, 지역 이탈에 관한 문제, 총무에 대한 고발자에 대한 총회 결의사항 미집행에 관한 문제 및 고발자의 근속 문제, 재단의 직원 촉탁에 대한 논의, 교단의 출간물에 대한 신학적 감수작업 여부, 교단의 일부 정치장로들의 전횡에 관한 문제 등, 교단의 연금 문제, 서울신대에 대한 전입금 성실지급 의무 및 확대에 대한 논의, 총회직원들의 불친절과 조직 구조에 대한 문제, 그리고 부정선거 의혹의 후보자에 대한 선관위의 의혹 및 부정사실에 대한 확인 그리고 선거 유효 여부, 마지막으로 역사적 유산인 경성신학교 교사의 처분과 아현교회와의 협력 또는 교단의 전폭적인 지원 여부 등...

이 모든 것을 준비하고 참석하면 잘못된 것인가? 도대체 교단의 대의원들은 왜 천금같은 시간을 전주에서 보내며 거금을 들여서 교단 총회를 해야 하는가? 2박 3일 동안의 교단 총회는 돈버는 곳이 아니다. 휴가가 아니다. 너무 할 일이 없고, 너무 잘 먹고, 너무 할 일없이 잘 놀기에 서로 가려는 것이 아닌가? 반대로 법을 연구하고 안건을 심의하고 논의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고생스럽다면 누가 가고자 하겠는가? 각 지방회 별로 적게는 6~8명에서 많게는 25~28명이 참석하는데 한 지방회가 서무부와 같은 부서를 장악하고 누구의 복심대로 움직이는 전위대나 친위대 노릇만 하는데 잔머리를 쓰지 말고, 제발 교단의 발전을 위해서 예습하고 연구하고 새로운 안건을 창출해 내는 그런 생산적인 총회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총회에 대의원으로 파송 받으면 적자가 나고, 지방회 별로 수없이 논의가 이뤄지는 그런 총회가 되길 바란다. 총회 대의원들이 은밀한 장소에서 돈을 주고받느라 회합하는 비참한 총회가 아니라 학교 도서관에서 때로는 타 교단의 유력한 교회방문으로 늘상 만나는 그런 총회가 되길 바란다.

운동하고 사우나 하고, 정치적으로 줄서기 하는데만 빠르지 말고, 교단의 발전을 위해서 연구하고 공부하는 그런 총회가 되길 바란다. 그대들의 목에 걸려있는 큼직만한 명찰이 부끄럽지 않도록 5월 총회를 지극 정성으로 준비하는 대의원들이 되길 바란다.

기독교헤럴드  admin@evanholy.co.kr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