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선출 과열보다 학교발전·학업향상 매진

1911년 3월 13일에 개교한 서울신학대학교가 올해로 99주년을 맞는다. 이 땅의 암흑기에 혜성처럼 등장한 김상준, 정빈을 위시한 이명직 이명헌 이장하 강태온 사부들은 서울신대를 통해서 민족 복음화와 민족 중흥의 산파 역할을 했으며, 오늘날 교단의 초석을 닦은 보배이다.

서울신대는 교단 역사의 허파요, 심장이요, 뇌였다. 99주년을 맞이한 서울신대와 교단에 올해, 특히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간이다. 지금은 교단적으로 한 세기의 사역과 사명을 정리하고 또다시 세기를 맞이할 때이요, 대외적으로는 세계사적 대변혁에서 생존하고 발전하며 새로운 역할을 모색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지금 샴페인을 터뜨리고, 미리 100년이란 산술적 역사에 심취할 때가 아니다. 사람을 얻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교단과 서울신대가 2010년을 역사에 길이 남을 티핑 포인트로 삼기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교단은 학교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라. 서울신대는 대내외적으로 유일한 교단의 최상위 교육기관이다. 서울신대는 총회의 조직(Organization) 이기 전에 총회를 살리는 기관(Engine)이다. 서울신대는 분명 교단의 신학교요, 교단에 속해있는 기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교단 발전을 위한다면 학교에 대한 간섭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고, 반대로 학교로부터 받는 신학적인 도움은 극대화를 시키는 것이 옳다.

서울신대 전입금조차 제대로 집행이 되지 않거나 관리가 소홀한 교단은, 서울신대에 간섭할 자격이 없다. 사회통념에서 볼 때도 한 기관의 이사가 되는 것은 엄청난 책임과 막대한 권한을 갖고 공생공사하는 것이다. 하물며 교단에서 파송한 이사는 얼마나 그 책임이 막중하겠는가? 재단 전입금은 제대로 집행이 되지 않으면서 법인 직원 숫자만 늘린다면 문제가 있다. 교단의 전입금 문제 해결과 함께 서울신대 이사들의 학교 충성도와 관심도의 증진을 촉구한다.

둘째, 서울신대 교수들은 총장선출이 아니라 학업 향상과 학교 발전에 매진하라. 100년을 목전에 두고 서울신대는 총장을 선출한다. 100주년이라는 의미로 총장선출이 과열될 조짐을 보인다.

교수들의 과열이 아니라 교단 정치 과열이다. 총장 선출 1차 9인 위원회에 평신도 대표와 총동문회가 4표를 갖게 된 것은 그 의미와 취지는 알겠으나 자칫 총장선거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할 수 있다.

학교 총장 선거는 학교의 현실과 처지, 그리고 흐름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구성원들이 참여하여 치르는 것이 옳다. 동문회, 학부모, 평신도 대표 등은 서로 중복되는 부분으로, 가장 학교에게 좋지 않은 교단의 간섭과 정치 바람을 가져오게 한다. 총장이 선거부터 교단에 표를 구해 당선이 된다면, 앞으로 무슨 일을 추진할 수 있겠는가? 총장 선출은 이사회의 권한에 있는 것이지만 교수와 학생, 직원 3주체의 의견을 존중해서 결정하는 것이 순리이다.

셋째, 서울신대는 대외적인 100주년 기념식만 주목하지 말고, 학교의 역사부터 챙겨라. 지금까지 서울신대 몇 년사가 발간된 적이 있는가? 50년사, 80년사가 없는 100년사가 있던가? 비슷한 류의 책은 다른 이름으로 2~300 페이지로 발간된 적이 있으나 그것이 교단역사인지, 학교역사인지, 신학서적인지, 색인집인지 알 수 없다. 다른 학교들이 갖고 있는 수많은 학교 역사를 집대성한 자료는 그 어떤 신학 자료보다 중요한 교회사적인 가치를 지니면서 동시에 우리의 정체성을 밝혀주는 교단의 문화재요, 보물이다.

서울신대가 그동안 제대로 된 학교역사서 하나 없다는 것이 오늘날 학교와 교단이 얼마나 무지(無知)하고, 무책임(無責任)한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넷째, 서울신대는 100주년 기념행사 대신 미래를 향한 투자를 준비하라. 내년에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할 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우리가 한 번 경험했던 쇼(Show)를 되풀이 할 생각은 하루 빨리 접길 바란다. 적어도 학교가 맞이하는 100주년이라면 기념행사는 조촐하게 하고, 그 비용으로 전액 장학금, 미래 교수 보장 등을 위해 파격적인 조건으로 우수 학생을 각 지역에서 2~30명 더 선발하는 것이 옳다. 많은 재정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는데, 학교는 돈 자랑 할 것이 아니라 사람 자랑해야 한다. 과를 증설하고 건물 짓는 외형적인 일에만 집착 말고, 교단과 사회의 인재들을 양성하는 일에 집중하길 바란다. 인원과 물량을 총동원한 교단 100주년 대형 불꽃쇼를 학교 100주년에 또 반복한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수치 백 주년이요, 역사에서 사라질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 인상된 총회비 0.5 % 를 가장 지혜롭고, 순결하고, 역사적인 의미를 갖도록 집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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