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개별 교회만 지키는 사순절 지양

총회장·총무 임원등 교단차원 지원 절실

교회력에 의하면 목회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즌은 성탄절시즌과 부활절시즌이다. 현장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은 지나치게 세속화되고 있는 성탄절시즌을 안타까워 하면서도, 부활절시즌이 그나마 아직까지는 전통적인 의미를 살려서 경건하게 지켜지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한다.  교단과 교파에 상관없이 부활절을 전도주일로 정해서 사순절부터 모든 목회적 역량을 집중해서 부흥에 매진하는 것이 요즘 목회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사순절과 부활절 기간에 오직 교회부흥을 위해서 일 년 목회의 사활을 건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개 교회 목회의 현실이 이런데 반하여 교단의 분위기와 현실인식은 전혀 다른 것 같다. 개별 교회는 사순절과 부활절을 경건의 기간으로 지키면서 교회의 사활을 거는데 반하여 교단은 이런 분위기와 정반대되는 일정을 집중시켜 진행하고 있다. 개 교회와 교단이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

작년 이 기간 동안 교단의 일정을 보면, 2월 지방회, 4월 총동문대회, 5월 교단축구대회, 교단 총회와 전국남전도회, 여전도회, 교회학교 전련, 전국장로회 실행위원회 세미나 등 연중 최고 중요한 행사들이 있다. 여기에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 현대바울목회강좌, 영익기념강좌와 같은 세미나, 교역자부인회수련회, 개척교회교역자부부세미나, 지방회청소년부장 세미나와 지방연합 체육대회까지 포함하면 자그마치 전국단위의 행사만 20개 이상이다. 여기에 지방회의 임직식과 안수식과 선교사 파송식과 같은 개별 교회와 지방회 행사까지 더하면 가장 경건하게 보내야 할 사순절에 우리 교단은 가장 바쁘게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교회 안에서는 사순절, 교단은 사슴처럼 뛰어다니는 사슴절이다. 이런 행사가 시기적으론 4, 5월이지만 행사 준비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준비를 얼마나 많은 인원이 교단 각처에서 움직여야 할지 생각만 해도 정신없다.

그해 목회의 승패가 이 기간 동안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벌써 5월만 되면 여름행사 준비로 교회 내부적으로 힘이 분산되고, 여름이면 방학에 휴가에, 그리고 벌써 가을이면 추수감사준비에 내년계획에 사무총회 준비로 일에 정신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교회에서 목회자가 마음잡고 목회에 전심전력할 수 있는 절대적 시기에, 하필이면 교단 또한 절대적 행사들을 너무 많다.

개인과 개별 교회만 지키는 사순절이 아닌 교단이 지키는 사순절이 되어야 한다. 개인과 교회가 고난을 기억하고, 고난에 참여하면서 경건하게 사순절을 지키듯이, 교단은 교단대로 바쁜 일정을 내려놓고 교회의 전체를 대표하는 조직으로서 교회를 섬기고, 교회를 세우는 그런 사순절을 지켜야 한다.

이렇게 행사가 많은 채로 우리 교단이 흘러간다면, 목회자들은 예수님의 고난이 아니라 운동경기나 총회선거와 같은 것을 생각하면서 사순절 기간을 보내게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금품과 향응이 오가고, 브로커들의 선거과열과 총회 대의원들의 이합집산이 이루어지고, 이런 것을 빌미로 행사와 세미나가 열린다면 굳게 닫힌 무덤 문이 열리는 부활절 날 교단은 회개의 재를 써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총회장과 총무를 비롯한 임원들은 올해 사순절을 사순절답게 지킬 수 있도록 교단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사순절 자료집을 발행하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소개해주는 형식적이고 관행적인 지원이 아니라, 총회적인 행사와 모임을 절대적으로 보류하거나 연기해서 교단적으로 사순절과 부활절에 목회에 집중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총회가 지나치게 개 교회의 눈치를 봐서는 안 된다. 총회 차원에서 지도할 것은 지도하고, 개입할 것은 개입해야지 방치하거나 심지어 허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 총회는 교단의 전통과 신학을 수호할 의무가 있다. 개별 교회를 비롯한 각 조직과 단체의 행위가 교단의 신학과 전통에 맞지 않으면 총회는 과감하게 중단시키고 적절하게 유도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못한다면 총회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교단 내의 모든 임의의 조직과 단체, 또는 친목회 등도 절대적으로 이런 총회의 결정과 지도에 순응하여 모임을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교단이 2010년 사순절과 부활절을 경건하게 맞이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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